“노화는 질병, 치료 가능. 채소 많이 먹고 매일 걸어야”

‘노화의 종말’ 저자 싱클레어 교수 "노화 늦추거나 멈출 수 있어"

강동훈 승인 2021.02.11 19:08 | 최종 수정 2022.05.03 17:05 의견 0

“노화는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라 질병입니다. 늦추고 중단시킬 수 있지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블러바트닉연구소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유전학 교수(52)가 지난해 노화 연구결과와 장수 비결을 정리해 출판한 ‘노화의 종말’(부키)에서 주장한 말이다. 그는 노화와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다.

이 책은 지난해 7월 국내에서도 출간돼 6개월 만에 5만 권이 판매됐다.

그는 지난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레드와인에 많이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란 물질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세계 시장에서 레드와인 판매량이 30% 늘었다.

싱클레어 교수는 최근 국내 매체와 간단한 서면 인터뷰에서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질병은 전체 인구의 50% 미만에 영향을 미치지만 노화는 대부분의 주요 질병을 일으킨다"며 "심장병, 치매, 암은 노화 증상이고 노화는 질병이기에 치료하고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세계 과학의료계에서는 노화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싱클레어 교수는 “지난 30년간 과학자들은 노화 과정을 제어하는 수십 개의 유전자와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일종의 ‘시계’를 찾아냈다. 그 시계를 안전하게 되돌리는 방법을 쥐에게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50개 이상의 생명공학 기업들이 노화를 지연하는 약물을 개발 중이며 이 중 상당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와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노화를 늦추거나 역전시키는 약물 개발이 ‘만약’이 아니라 언제가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삶의 질, 즉 건강 상태는 도외시한 채 수명만 100세, 150세로 연장시키는 건 죄악이라고 단정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질병과 통증에 시달리고 산소호흡기와 많은 약에 의존하는 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투병하면서 사는 자체가 고통이란 의미다.

싱클레어 교수는 일상 생활에서의 노화 지연 방법과 관련 “가공이 많이 된 식품과 설탕은 피하고 식사는 조금씩 자주 하고 신선한 음식과 채소, 비타민D를 먹으라"면서 "밤 늦게까지 전자 기기를 보지 말라"고 권고했다.

자신은 업무용으로 스탠딩 책상을 사용하고 매일 걷는다고 밝혔다. 1주일에 두 번은 다리, 등, 엉덩이 근육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것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것지만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지속과 관련, “코로나는 심장과 폐 섬유화 같은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백신을 가급적 빨리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을 유발할 바이러스는 코로나19보다 치명률이 20% 더 높을지 모른다며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후 팬데믹을 경고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세계를 덮쳤다.

한편 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할머니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네 살 때 할머니가 ‘나를 포함해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말했다. 자라면서 죽음은 비극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대학 때 생물학자들이 노화 연구를 간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 직접 연구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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