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치폐설존(齒弊舌存)

정기홍 승인 2021.06.23 18:39 | 최종 수정 2022.01.05 16:47 의견 0

고※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노자

중국의 사상가이며 도가 철학의 시조인 노자가 눈이 많이 내린 아침에 숲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노자는 깜짝 놀랐다. 노자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굵고 튼튼한 가지들이 처음에는 눈의 무게를 구부러짐 없이 지탱하고 있었지만 점차 무거워지는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반면 이보다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원래대로 튀어올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본 노자는 깊이 깨달았다. 저 나뭇가지처럼 형태를 구부려뜨리고 변화하는 것이 버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로구나!

부드러움은 단단함을 이긴다. 부드러운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자신을 낮춰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좋은 것을 취하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이기는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노자가 평소에 공경하여 따르던 상용이 노환으로 집에 있었다. 그때 노자가 그를 찾아가 마지막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상용은 갑자기 입을 쩍 벌렸다가 다물고는 물었다.

"내 이가 아직 있는가?" "없습니다" 그는 다시 입을 벌렸다가 다물며 물었다. "내 혀는 있는가?" "있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상용이 말했다.

"내 말을 이해하겠는가?" 노자가 대답하기를 "단단한 게 먼저 없어지고 부드러운 게 남는다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상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천하의 이치가 모두 그 안에 있다네"

치폐설존(齒弊舌存)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이다.

즉 주먹보다 부드러움으로 사람을 대하면 돈독한 정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부드러움이 억셈을 이기고 약함이 강함을 이긴다. 혀는 오래가나 이는 억세어서 부러진다.

상처받기 쉽고 상처 주기 쉬운 각박한 삶 속에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이기는 삶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세상만사 이치(理致)대로 살면 화(禍)를 피해 간다는 말과 같습니다. 세상에 이치란 게 수백만개, 수천만개가 되고도 남겠지요. 이치란 '상황에 맞는 도리'란 뜻입니다.

치폐설존(齒弊舌存) 고사는 이가 단단해서 부러진다는 경구인데, 반대로 요즘은 혀의 놀림이 난무하는 세상이 아닌가 싶네요. 혀로 뱉어내는 말의 단단함이 이보다 더할 지경입니다. 세치의 혀는 화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이를 삼촌지설(三寸之舌)이라 이릅니다.

평소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강한 말도 삼가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도 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은 습관 되고, 습관은 자신의 인생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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