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도 풀어” “정치적 문제”…수능 한국사 20번 논란 지속
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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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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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치렀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한국사 문제 하나가 지속 논란을 잇고 있다.
한국사 20번 문제가 배점 3점짜리 문제인데도 너무 쉬워 수능 문제로는 부적합했다는 비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한국사 시험 문제 20번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보기로 주고 ‘해당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고르라는 5지 선다형이다.
보기 지문은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영의 새 시대를 열기로 합의하였다’라고 시작한다.
지난 1991년 남북이 채택한 남북 기본 합의서에 관한 내용이고, 답도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하였다’는 5번이다.
이 문제가 논란이 된 이유는 5번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택지가 터무니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1번 ‘당백전을 발행하였다’는 조선시대, 2번 ‘도병마사를 설치하였다’는 고려시대, 3번 ‘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다’는 고려시대, 4번 ‘대마도(쓰시마섬)을 정벌하였다’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해당한다. 모두 현대사회와 무관해 쉽게 정답을 고를 수 있는 문제였다.
온라인에서는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다’, ‘친정부 성향의 문제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를 반박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전의 한국사 시험 난도를 거론하며 “한국사 과목이 필수로 바뀐 뒤 문제가 쉬워져 원래 저 정도 수준이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설득을 하기엔 부족했다.
문재인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매달린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출제된 것 자체를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네티즌이 “수능 문제로 정부 정책을 홍보한다” “정권 선전용이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여기에도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라는 반박이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이전 정권 때 박정희정부 시절 발표된 7·4 남북공동성명이 문제에 나왔는데 그때는 왜 아무 말 안 했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잘못된 것이라면 고쳐야지 이전 정권에서 했으니 정당하다는 주장은 적절한 비판이 아니란 지적이 다반사였다.
교육계 한 인사는 논란과 관련 "수능이 고교생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역사 상식을 검증하는 시험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 문제 논란은 정치적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전에도 있었다.
2019학년도엔 ‘국어 31번’이 문제였다.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로 시작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 탓에 물리시험 같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 수험생은 ‘불수능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수능 역사상 최악의 문제는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출제했다. 실제 교과서의 기술과 반대로 NAFTA가 더 컸었다.
평가원은 교과서에 맞는 답만 정답으로 인정했다가 법원이 오류를 인정하자 ‘오답’을 적어낸 1만 8800여 명도 정답 처리하고 추가 합격시켰다. 이후 수험생 94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선 1인당 위자료 200만∼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영국 BBC방송은 최근 ‘한국: 인생을 바꾸는 시험은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한국의 수능을 신기한 눈으로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대규모 시험을 치른다는 것을 큰 도전으로 보았다.
미국 수능(SAT)과 프랑스 수능 바칼로레아는 코로나로 취소했고, 영국은 A레벨 시험 대신 모의고사와 내신성적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해 성적을 매겼다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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