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 속의 세상] 조계사의 특별한 불공

정기홍 승인 2021.05.19 01:30 | 최종 수정 2022.01.23 20:34 의견 0

오늘(19일)은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이전 말로는 음력 사월초파일입니다.

어제 서울 종로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서 조계사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도심 한복판 조계사 도로변에 오색 연등이 많이 걸려 하루를 앞둔 행사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약간 더위는 느꼈지만 비온 뒤의 맑고 싱그러운 5월 날씨가 상쾌했습니다.

종교를 갖지 않아도 사찰이나 교회, 성당의 뜰에 서면 그것만으로도 '묵고 찌든 것'을 씻어주는 효험이 있어 가끔 들를만합니다. 어제 조계사는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앞날이어선지 불자와 일반인들의 발길로 꽤 붐볐습니다.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연주 리허설이 머무는 내내 볼만했고, 스님의 불경 읽은 독경소리가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줘 가성비가 상당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오래도록 들은 "관세음보살(南無觀世音菩薩)~"(실제는 나무관세음보살)은 수없이 외는 단순한 염불소리인데도 속마음(불교에선 번뇌)을 아주 단순하게 해주는 리듬과 소리이더만요. 이유없이 와닿았습니다. 나무(南無)란 부처나 보살 앞에 붙여 '귀의한다'는 뜻이군요.

▲ 조계사 대웅전 법당 뒤편에서 불공을 드리는 분들. 상시 불공 장소인 모양입니다.

조계사 대웅전 안이 아닌 뒤편에서 여럿 불자가 불공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뜻밖의 발견이었다고 할까요.

본래 사찰 대웅전에 불상이 모셔져 있고, 옆문에서 신발을 벗고 법당에 들어서 불상 앞에서 108번의 절을 하거나 등의 불공을 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부처께 예불하려 대웅전에 들어선 신도들이 벗은 신발이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잠시 지켜보니 불심(佛心)이 예사롭지 않은 분들이었습니다. 어떤 일념의 불공이었을까? 기복(祈福)을 하는 불공보다 '수행'이란 단어가 와닿았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란 물음에 대한 엄숙한 접근법일까요? 아무튼 불공을 드리는 이분들의 속깊은 뜻을 이 무지랭이 중생이 어찌 알겠습니까?

저는 불자가 아니지만, 이분들 정성에 소원성취 하시기를 빌어봤습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의 가피(加被)가 듬뿍하길 기원합니다. 가피란 '부처나 보살들이 자비를 베풀어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는 힘'을 뜻하네요.

불교에선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감로(甘露·단이슬)도 내리지만 죽비(竹篦)도 친다'고도 합니다. 요즘 들어 유독 득실대는 갈등과 분열, 불신 등의 껍데기를 냅다 까서 부숴버리고, 코로나 역병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번민과 번뇌가 가득한 사부대중이 편안하고 무병장수를 하는, 불가에서 말하는 불국토(佛國土)가 되기를 합장합니다.

오후 늦게 대웅전 행사장 앞에 걸린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히다' 문구를 뒤로하고 조계사 정문인 일주문(一柱門)을 나섰습니다. 정신이 맑고 깨끗하고, 생각은 무척 가벼워졌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 조계사 경내에서 찍은 사진을 옮겼습니다.

▲외국인 어린이 형제가 경내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네요.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샘 해밍턴 두 아이의 놀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 햇살에 비친 연등 아래 바닥에 새 한마리가 불쑥 내려앉았습니다.
▲ 새의 종류는 모르지만 베품이 가득한 곳이어선지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놀다 날아갔습니다.
▲ 대웅전 앞 무대 쪽도 평온합니다. 모이를 주자 더 달라는 듯 고개를 들고 보는 모습이 몸에 밴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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