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는 잎과 뿌리, 열매, 가지까지 버리는 것 하나없이 우리 몸에 좋은 효능이 많은 식물이다. 잎은 절기상 입하인 요즘 들어 파릇해진다.
뽕나무 잎은 양잠용(누에 먹이)으로, 뿌리를 포함한 나무 껍질은 약용과 제지용으로, 열매는 식용 및 약용으로 쓰인다. 열매인 오디는 옛날엔 배고플 때 요긴하게 따서 먹던 군것질 거리였다.
뽕나무의 잎은 한자로 상엽(桑葉)이다. 세상 천지가 다 변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에도 '상'자가 들어가 있다. 효능은 발열, 두통, 감창(매독으로 음부에 생긴 부스럼병), 해수(咳嗽·기침), 안질(눈병), 수종(水腫), 각기(脚氣), 구갈(口渴)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각기는 비타민 B1이 부족해 일어나는 영양실조 증상이다. 말초신경에 장애가 생겨 다리가 붓고 마비되며 전신 권태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종은 몸 안에 물과 습기가 고여 얼굴, 눈, 팔다리, 가슴과 배, 심지어 온몸이 붓는 질환이다. 구갈은 입안이나 목이 마르면서 물을 많이 먹는 병이다.
옛날 민간에서는 뽕잎과 누에의 똥을 고혈압에 좋다고 해 복용했다고 한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신맛과 단맛이 풍부하며 주로 날것으로도 먹지만 술을 많이 담가 먹는다. 최근엔 잼을 만들어 먹거나 오디청을 만들어 오랫동안 두고 먹기도 한다.
한의학에 오디는 약재로 사용돼 백발을 검게 하고 정력 보강에도 효능이 있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집 근처에 있지만 산에도 있어 배고플 때 따서 요기를 하기도 한다. 산뽕나무라고 한다.
뿌리 껍질은 상백피(桑白皮)라고 부르며 칼로 껍질을 긁어낸 다음 속의 흰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이다.
한의학적으로는 소변을 빼고, 열을 내리고, 기침을 가라앉히는데 쓰인다. 현대약리적으로는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결핵이나 혈당 저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백피에는 진해(진한 가래), 해열, 이뇨,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폐열해수(肺熱咳嗽), 기관지염, 소변 불리, 수종, 각기 등 치료제로 쓰인다.
쉽게 풀이하면 폐의 기능 활성화에 좋다. 폐에 열이 나서 기침이 잦고 숨이 차거나 피가래가 나올 때나 기관지 천식, 기관지염이 있을 때 달여 먹으면 나아진다.
또 몸이 잘 붓고 소변이 잘 안 빠지는 경우 상백피와 옥수수 수염을 같이 쓰면 좋다. 1리터 물에 손끝으로 한줌씩 넣어 끓여 먹으면 된다. 증상이 없으면 먹을 이유는 없고, 상용하려면 한의사나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피부를 희고 맑게 하는 효과도 있어 화장품 재료로 이용된다. 이는 보통 한의학에서 껍데기를 쓰는 한약재를 피부염에 쓰기 때문인데, 상백피는 소염작용이 있어 벌레에 물리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 짓이기거나 해서 바른다. 따라서 입으로 마셔서 피부에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또 옛날에는 껍질을 달인 물에 고수머리(털이 곱슬곱슬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펴진다고 해 머리를 감았다고 전한다.
특히 동쪽으로 뻗은 뿌리의 껍질이 효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햇살을 더 많이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무는 가구재로 이용하지만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다.
특히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상상기생(桑上寄生)'이라 하며 귀중한 약재로 취급됐다. 서해안 백령도에서는 이것을 따서 '임금의 약재'로 쓰게 했다고 전해진다.
뽕나무를 말하면,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나오는 것이 누에치기다. 요즘에는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해마다 지금쯤이면 집안에서 아낙네들이 누에치기에 바쁘다. 뽕나무 잎이 누에들이 먹기에 적당하게 자라 있기 때문이다.
시골서 자란 이들은 어릴 때 뽕나무 잎을 따서 넣어주면 누에들이 어느샌가 잎을 다 갈아먹어 "입이 없는데 어떻게 먹었지" 하며 신기해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누에고치에서 나오는 실같은 것은 비단을 만드는 재료다. 비단은 지금도 최고의 전통 옷감이고, 국내 비단은 경남 진주 것으로 최고로 여긴다.
여기서 샛길로 빠지면 '비단장수 왕서방' 이야기로 연결된다. '비단이 장수 왕 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 비단이 팔아 모은 돈 퉁퉁 털어서 다 줬소. 띵호와, 띵호와' 하는 노래다. 가수 고 김정구씨가 지난 1937년 취입한 '왕 서방 연서' 가사로, 화교 상인이 기생에게 품은 연정을 노래한 것이다. 왕 서방이 최고급 비단 장사를 해서 번 큰돈을 기생에게 다 갖다 바쳤다는 의미다.
누에고치는 항생제 및 항산화제 효과, 항염증 작용이 있는 것이 알려져 있어 상품화가 많이 돼 있다.
조선시대 대농가에는 뽕나무 300그루를, 중농가 200그루, 소농가에는 100그루를 심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뽕나무가 주로 산에서 자라서 소유주가 분명하지 않아 엄히 보호했는데 '경국대전' 공전(工典) 재식조에는 '고을에서 옻나무, 뽕나무, 과일나무의 수효와 닥나무, 왕골밭, 대나무밭의 생산지에 관한 대장을 만들어 비치하고 옻나무, 뽕나무, 과일나무는 3년마다 대장을 정비한다'는 기록이 있다.
뽕나무와 관계된 고사(故事)도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옛날 한 효자가 아버지의 병을 고치려고 시냇가에서 천년 묵은 거북을 잡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효자가 뽕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는 동안 거북이가 "솥에 넣어 나를 백 년을 고아 보게, 내가 죽나. 헛수고 하고 있네"라고 말하자 옆의 큰 뽕나무가 뽐내며 "나를 베어 장작으로 만들어 불을 때어도 네가 죽지 않을 것이냐"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효자는 그 뽕나무를 베어다 거북을 고아 아버지의 병환을 낫게 했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기인한 '신상구(愼桑龜)'란 말이 전해지는데 말조심을 하라는 뜻이다. 즉 거북이나 뽕나무가 서로 '자랑질'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둘 다 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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