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폰 속도 빨라지려나"…고성능 속도 필터 만들었다

정기홍 승인 2021.04.18 13:21 의견 0

통신 기지국과 안테나에 스티커처럼 붙이면 휴대전화 등 5G(5세대) 통신의 품질을 높여주는 주파수 필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연구원의 융합연구팀이 5G 통신 품질을 높여줄 '5G 주파수 필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통신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IEEE Access'에 실렸다.

 

이 필터는 현장 적용 수준으로 개발된 상태로 통신사 간의 주파수 간섭을 개선하고 5G 통신 품질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KRISS 융합연구팀. 왼쪽부터 첨단측정장비연구소 윤달재 선임연구원, 물리표준본부 황인준 선임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이인호 책임연구원, 물리표준본부 홍영표 책임연구원.


▶ 스티커처럼 붙이는 5G 주파수 필터
융합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해 5G 통신 시스템에 최적화된 성능을 가진 '5G 주파수 필터' 구조를 설계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필터는 외산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해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하다.

 

지난 2019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나라의 5G는 공간의 제약 없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4GB(기가바이트) 용량의 영화 1편을 6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 국내 이통업체의 5G 스마트폰 서비스의 속도는 LTE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5G 통신 품질을 개선하려면 주파수 간의 상호 간섭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28㎓ 등 초고주파(밀리미터파) 기반인 5G의 경우 이통업체 별 가용 주파수 대역이 매우 인접해 있어 신호 간 상호 간섭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다.

 

따라서 5G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밀리미터파 5G의 통신 성능을 향상하려면 통신사별로 주어진 가용 주파수 대역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 밀리미터파 5G
종래의 주파수 대역(3.5 GHz)보다 훨씬 더 높은 주파수 대역(28 GHz 등)을 이용하는 5G 기술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KT, LGU+, SKT)의 가용 주파수 대역은 매우 인접해 있어 이를 구분하기 위한 필터가 필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5G 주파수 필터는 안테나에서 전송하는 신호 간 상호 간섭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상적인 필터'는 특정 주파수 사이에서 신호를 통과시키고 '그 외의 주파수 대역'에서는 신호(노이즈)를 완전 차단한다.

  

▲ 5G 주파수 필터(메타표면 필터, 왼쪽)와 필터의 주파수 선택 특성(필요 주파수 신호만 통과, 오른쪽).

 

5G 기지국 통신장비에는 수백개의 안테나를 2차원 평면에 배치하고 여러 사용자를 동시에 연결해 통신 속도를 높이는 기술인 대규모 다중 입출력(Massive MNO) 기술이 주로 활용된다. 통신 신호의 간섭을 막기 위한 필터도 안테나 수만큼 필요하다.

 

현재 우리 시장의 80% 이상인 외국산 제품의 경우 안테나와 필터를 연결할 때 접합과 같은 별도의 조립 과정이 필요하다. 필터와 필터 간 조립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품질 편차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 대규모 다중입출력(Massive MIMO)
수백 개의 안테나를 2차원 평면에 배치해 여러 사용자를 동시에 연결하고 통신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융합연구팀은 외산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 품질이 균일하고, 가격은 저렴한 필터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5G 주파수 필터’는 명함 두께 4분의 1인 50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 미터) 정도로 매우 얇은 필름 형태다. 필터와 안테나를 연결하는 추가 공정이 필요한 외산과 달리, 단일층 금속 시트(sheet) 형태로 제작돼 유연하고 스티커처럼 탈부착할 수 있다.

 

▲ 5G 안테나(왼쪽)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설계한 5G 주파수 필터(메타표면 필터) 개념도.

 

필터 성능평가는 상용 수준의 5G 안테나와 결합한 환경에서 이뤄졌다. KRISS에서 개발한 필터는 외산 필터보다 대역폭, 손실특성, 주파수 선택특성 등에서 더욱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광역최적화 방법을 적용해 5G 통신시스템에 최적화된 성능을 가진 필터를 설계했다. 이를 '메타표면 필터'라고 하는데 2차원 표면에 미세하고 복잡한 단위 구조를 주기적으로 배열해 전자파나 빛의 반사, 굴절, 투과 등의 성질을 조절하는 구조다.

 

▲ KRISS 융합연구팀이 개발한 5G 주파수 필터를 측정하고 있다. KRISS 제공

 

KRISS 홍영표 책임연구원은 "융합연구팀이 개발한 필터는 고성능, 저비용, 획기적 설계방법으로 5G 주파수 필터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며 "이번 기술은 5G 안테나 빔포밍 기술뿐만 아니라 국방 스텔스 기술 등에도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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