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여행 / 겨울에 피고 봄에 지는 붉은 핏빛의 꽃

조용수 승인 2018.02.28 10:00 의견 0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운다 하여 붙은 이름이 ‘동백(冬柏)’. 한겨울이라도 며칠간 따스한 날씨가 이어지기라도 하면 보란 듯이 꽃을 피우기도 한다. 우리나라 남해안가의 동백은 보통 2월 초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2월말~3월초가 되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가장 늦게 꽃을 피우는 곳이 고창 선운사. 보통 4월말에서 5월초가 되어야 비로소 얼굴을 내민다. 이렇듯 지역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다르지만 반가운 ‘봄의 전령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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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피고 봄에 지는
                                          ‘동백여행’ 
 

[플랫폼뉴스 조용수 기자]동백은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 , ‘신중하고 허세부리지 않는다’ 등의 꽃말을 지녔다. 우리 조상들은 동백에서 기름을 짜내 머릿기름으로도 사용했다. 동백기름을 발라 참빗으로 곱게 빗어 넘겨 땋아 올린 쪽진 머리 모양새는 단정한 ‘한국여인의 전형’. 꽃은 술을 담가 그윽한 색깔의 동백주를 만들었고 꽃잎으로는 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이밖에 태운 동백잎은 도자기의 자색을 내는 유약으로 썼고 꽃잎은 피를 멎게 하는 응급약으로도 쓰였다.
 
동백꽃의 꿀을 빨아먹고 사는 동박새는 벌과 나비가 없을 때 피는 동백꽃의 ‘수분 해결사’. 동백꽃에는 꿀이 많으나 곤충이 활동하기 어려운 계절에 꽃을 피기 때문에 황금색 깃털을 가진 작은 동박새가 대신 그 일을 해준다. 잎사귀가 두껍고 커서 동박새가 마음껏 앉을 수 있다. 높이 10m 내외까지 자라고 잎이 두텁고 광택이 나는 것이 특징.

동백꽃은 새털처럼 한잎 두잎 바람에 날리듯 지는 벚꽃과는 다르다. 꽃이 붉디붉어 가장 아름답게 피었다고 생각될 즈음 마치 목이 부러지기라도 하듯 송이채‘툭’떨어진다. 동백나무는 꽃이 지고 나면 볼품이 없다. 하지만 동백은 꽃이 피었을 때와 떨어질 때 두 번 보아야 제격이라고 한다. 
 

 

◇ 여수 오동도
전남 여수 신항 앞에 떠있는 오동도. 동쪽으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서쪽으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시작되는 요충지. 지금 오동도 전체가 붉은 동백꽃으로 뒤덮여 있다.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도. 지금도 5,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섬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동백꽃은 식물원 뒤쪽 산책로에 가장 많이 피어 있다. 호젓한 산책로를 걸어가면 갈대처럼 생긴 대나무인 시누대숲 위로 붉은 동백꽃이 얼굴을 내밀고 화사하게 웃고 있다. 절정기는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 해상국립공원을 사이에 끼고 있는 섬답게 바다풍광도 수려하다. 긴 방파제를 따라 바닷바람 속을 거니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돌산도로 가는 연륙교 초입의 무실목 자갈밭해변 언덕에도 자생하는 동백숲이 있다.



◇ 거제 해금강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 6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 해금강은 거제의 으뜸가는 명승지. 섬의 남쪽 갈곶해안과 그 앞의 작은 돌섬인 갈도 일대에 펼쳐진 기암괴석 무리를 일컫는다. 해안 풍광이 아름다운 거제는 동남쪽에 해수욕장이 많다. 한적한 명사해수욕장, 검은 몽돌이 깔린 학동몽돌해수욕장, 맑고 깨끗한 물과 고운 모래가 깔린 구조라와 와현해수욕장 등이 있다. 그런 해금강 입구 신선대 주변에 동백꽃이 핀다. 또 해금강에서 약 20리 떨어진 학동몽돌해수욕장 가는 국도변 해안을 낀 절벽 위에 핀 동백 숲이 일품이다. 학동 해안을 따라 효자산 아래까지 우거진 동백 숲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야생 동백군락지 중 하나. 약 38ha에 3만여 그루의 동백이 무리지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 해남 보길도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 꽃잎을 반쯤 연 동백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중 해남읍에서 삼산면 대둔사(대흥사)쪽으로 가다보면 약 4㎞지점에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있다. ‘녹우당’이라 이름 지어진 고택 둘레에는 동백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또 대둔사를 둘러싼 두륜산도 동백림이 우거져 있다. 입구부터 절까지 10리길은 군데군데 적송이 치솟고 아름드리 벚나무와 참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백나무. 수줍게 붉은 얼굴을 내민 모습이 새색시 같다. 달마산 미황사에서도 예쁜 동백꽃을 볼 수 있다. 기암괴석을 마치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미황사 뒤로 동백나무 숲이 있다.

땅끝마을 바로 앞에 있는 보길도에서도 함초롬한 동백을 볼 수 있다. ‘어부사시사’를 읊으며 말년을 보낸 ‘고산 윤선도’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부연동’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윤선도가 풍류를 읊었던 세연정이 있는 연못 세연지 주변에도 동백숲이 있다. 푸른 물 위로 떨어진 붉은 동백꽃은 바람이 불면 작은 배처럼 한가롭게 연못을 떠다닌다.



◇ 강진 백련사

청자의 고향이자 다산 정약용의 유적지가 있는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백련사 주변 동백나무는 지난해 11월 이상난동으로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적이 있다. 1,500여 그루에서 피어나는 동백꽃들은 강진만 바다, 그리고 단아한 천년 고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복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백련사 사적비에서 더 서쪽으로 가면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 동백숲이 장관이다. 아직 쌀쌀한 기후 탓인지 동백 대부분이 봉오리만 맺혔다. 하지만 군데군데 성질 급한 꽃은 벌써 함박웃음을 띠고 있다. 2월 중순이 지나면 만개할 것이라고 한다. 이 동백나무 모두를 다산 정약용이 심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백련사에서 정약용이 18년간의 유배생활 중 10년을 지냈다는 다산초당에 이르는 40여 분간의 등산로를 따라 동백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강진과 가까운 영암 월출산에 가도 동백을 볼 수 있다. ‘남도의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기암괴석 자태가 아름다운 곳. 동백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월남리 쪽으로 올라가 도갑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20여분쯤 올라가면 기암괴석 사이 동백숲이 있는 금릉경포대. 40여 분간 붉은 동백꽃을 보며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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