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억제 77.8%”…불가리스 소동

강하늘 승인 2021.04.15 01:31 의견 0

"한바탕 소동에 개인투자자만 당했다"

 

남양유업이 자사의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소식에 14일 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다. 백신 안전성 불안감이 큰 상황에, 불가리스를 마시기만 해도 코로나19를 예방한다니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13일 서울 중구 중림동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완제품이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불가리스나 다른 발효유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했고, 일부 마트에선 발효유 제품이 동나기도 했다.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 8.57% 급등했다. 이날도 장 초반 28.68%까지 폭등했고 우선주는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바탕 소동 끝에 질병관리청 등에서 크게 과장됐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5.13%로 장을 마쳤다. 우선주는 -6.18%로 급락 마감했다.

 

▲ 발효유 불가리스. 남양유업 제공

 

이날 심포지엄은 항바이러스 연구 동향 및 발효유의 항바이러스 기능성을 주제로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해 진행했다.


박 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H1N1을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H1N1 사멸 효과는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 개의 신장세포를 숙주세포로 분석한 결과다. 코로나19 억제 효과는 충남대 수의학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에서 원숭이 폐세포로 연구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 결과로 1회 음용량(150㎖)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관 등의 반응을 보자.

 

질병관리청은 이날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질병청은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며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의 골자는 바이러스 위에 발효유를 직접 뿌렸더니 바이러스가 크게 줄었다는 것인데, 이 같은 결과는 발효유가 인체 내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남양유업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해당 내용을 모니터링 중이다"면서 "일반 식품의 질병 예방, 치료 효과 표시 광고는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남양유업 발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인체 내가 아니고 세포나 시험관 안에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은 수백 개가 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은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회사의 직접적 지원을 받은 실험결과를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대서특필하진 않는다"며 "결과를 이렇게 발표하면 안 되고 연구자로서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도 "임상 실험 데이터도 없이 어떻게 효과를 검증하냐"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인터넷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 발효유 선진국인 유럽은 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가"라는 의문을 표시했다. "반도체를 먹으면 천재가 되느냐"는 우스갯글도 눈에 띄었다. 

 

한편 이날 개인투자자의 남양유업 종목 순매수 단가는 보통주 약 45만원, 우선주 약 22만 7천원대로 나타나 적지 않은 개미가 고점에 물렸다. 포털사이트 주주게시판 등에는 회사를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는 등 분노한 투자자들의 항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이용자는 "'셀프 발표'로 주가를 띄웠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도 남양유업 주가 급등락 과정을 살펴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는 남양유업 보통주 37억 8천만원, 남양유업우 16억5천만원 등 총 54억 2천만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은 전날에도 이들 종목을 7억 1천만원 순매수해 이틀간 총 61억 3천만원을 순매수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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