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 속의 세상] 입춘맞이 풍경들

정기홍 승인 2021.02.02 12:16 | 최종 수정 2022.01.23 20:38 의견 0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해마다 입춘이면 우리의 눈과 귀에 익는 입춘방(立春榜) 구절입니다. '따스한 기운이 다가서는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입니다. 국태민안(國泰民安)도 덜 알려져 있지만 쓰긴 씁니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다'는 의미인데 코로나로 힘든 지금에 딱 맞는 글귀입니다.

입춘방이란 입춘 절기에 벽이나 문짝, 문지방, 대문 등에 먹물로 적어붙여 장수와 복을 비는 글이지요. 입춘첩(立春帖) 또는 춘첩이라고도 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옛날 궁에서 설날에 문신들이 지어올린 신년축시인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잘된 것을 골라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 써 붙였는데 이를 일반 민가와 상점에서 따라하며 새봄을 송축했다고 합니다.

내일(3일)이 절기상 24절기의 맨 첫째인 입춘입니다. 일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과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 사이의 절기입니다. 때마침 1일 대구 중구 남산동 대구향교에서 입춘맞이 행사가 열렸고, 전남 함평의 유리온실에선 나비들의 봄맞이 춤사위가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렸습니다. 두곳의 사진 몇 컷을 소개합니다.

대구향교의 입춘맞이 행사 사진입니다.

▲ 대구향교 유림들이 대문에 붙일 입춘방을 쓰고 있다. 대구향교 제공
▲ 유림들이 입춘첩을 향교 대문에 붙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유림들이 입춘첩을 외삼문(外三門)에 붙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참고로 향교의 배치도를 소개합니다. 향교는 조선시대 성균관의 아래인 지방교육기관입니다.

▲ 향교 배치도

이번엔 입춘을 하루 앞둔 오늘(2일) 찍은 전남 함평군농업기술센터 유리온실에서 자라는 나비들의 봄맞이 날개짓 사진입니다.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봄이 어서오라고 재촉합니다. 이곳 농업기술센터에는 호랑나비, 배추흰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산제비나비 등이 군무를 즐기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함평군청 관계자의 말을 옮깁니다. "올해는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돼 4∼5월 나비축제가 꼭 개최되길 바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유리온실에서 자라는 이들 나비는 4월이나 5월에 예정된 함평나비대축제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올해는 축제가 꼭 열리길 우리 모두 기원해 봅시다.

입춘을 하루 앞둔 오늘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 9도 였습니다. 내일은 강원 내륙과 산지에 영하 15도까지 내려간답니다. 중부 동북지방에서는 10㎝의 폭설이 강풍과 함께 몰아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4일에는 누그러진다고 하니 꽃샘추위라고 갈무리해도 될 듯하네요. 절기는 못 속이나 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위의 두 사진에서 복의 기를 듬뿍 받고 올해는 길한 기운과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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