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가 없다"… 소멸 위기 시군구 89곳 첫 지정, 매년 1조 투입

행안부, '인구감소지역' 지정 고시…고령화·청년인구 등 지표
전남·경북 최다…부산·대구 '도심공동화' 지역도 포함

강하늘기자 승인 2021.10.18 13:27 | 최종 수정 2022.01.23 21:40 의견 0

전남 고흥군, 경북 군위군 등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기초지자체들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 연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하고 국고보조사업 선정시 가점을 주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18일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고시했다고 밝혔다. 효력은 19일 발생한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는 작년 말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과 지난 6월 이 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행정안전부 제공

▶광역시도별 인구감소지역

인구감소지역은 전남과 경북에서 특히 많았다. 각각 16곳이 지정됐다.

전남에서는 강진군, 고흥군, 곡성군, 구례군, 담양군, 보성군, 신안군, 영광군, 영암군, 완도군, 장성군, 장흥군, 진도군, 함평군, 해남군, 화순군이 지정됐다.

경북은 고령군, 군위군, 문경시, 봉화군, 상주시, 성주군, 안동시, 영덕군, 영양군, 영주시, 영천시, 울릉군, 울진군, 의성군, 청도군, 청송군 등 16곳이다.

강원 지역에서는 고성군, 삼척시, 영월군, 태백시, 철원군, 화천군 등 12곳이, 경남 지역에서는 거창군, 남해군, 밀양시, 산청군, 창녕군, 함안군 등 11곳이 인구감소 위기가 심각한 지역으로 선정됐다.

전북에서는 고창군, 김제시, 남원시, 부안군, 임실군, 정읍시 등 10곳이, 충남에서는 공주시, 논산시, 보령시, 부여군, 청양군 등 9곳이, 충북에서는 괴산군, 옥천군, 제천시 등 6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수도권에서는 가평군과 연천군 등 경기 지역 2곳과 강화군, 옹진군 등 인천 지역 2곳이 인구감소지역이 됐다.

광역시의 자치구이지만 도심 공동화 등으로 인구 감소가 심각한 곳들도 포함됐다. 부산에서는 동구와 서구, 영도구 등 3곳이, 대구는 남구와 서구 2곳이 각각 지정됐다.

서울시의 기초 지자체들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의 규정에 따라 인구감소지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 인구증감률·고령화비율 등 따져 지정

행안부는 전문 연구기관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모두 8개 지표로 인구 위기 정도를 가늠하는 '인구감소지수'를 개발, 지정에 활용했다.

전해철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인구감소지수는 자연적 인구감소, 사회적 이동 등 자치단체의 복합적인 인구 감소 원인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연평균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19~34세의 인구 대비 순이동자수 비율), 주간인구,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조출생률(인구 대비 출생아수), 재정자립도가 지표로 사용됐다.

다만 행안부는 각 지자체의 지수와 순위는 낙인효과 등의 우려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박성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인구감소지수와 관련, "연평균 인구증감률은 5년간의 증감률뿐만 아니라 20년간의 인구증감률까지 포함해서 지수에 반영했다"며 "지수의 합이 1인데 연평균 인구증감률이 0.234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순이동률이라든지 주간인구, 유소년 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 등 대체로 0.1대에 분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은 5년 주기로 지정하되 첫 지정인 점을 고려해 향후 2년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보완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수가 정부와 지자체가 인구 위기 탈출을 위해 정책 입안, 목표 설정, 효과 분석 등을 하는 과정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 1조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입

정부는 이번에 지정된 인구감소지역들이 '소멸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재정적·행정적 지원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자체들이 스스로 인구 감소의 원인을 진단하고 각자 특성에 맞는 인구 활력 계획을 수립하면 국고보조사업 등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고 특례를 부여하며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박 자치분권실장은 "인구 이동이 주로 군 단위 지역에서 거점도시로 가고, 또 거점도시에서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가는 구조"라며 "결국 지역의 인구가 이렇게 감소하는 데는 인구의 사회적 유출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청장년층이 지역으로 돌아와 정주하는 방법 혹은 해당 지역과 주기적으로 교류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인구 활력 계획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구 활력 계획 수립을 위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30억원 정도를 신규 반영했다"며 "지역별로 정확하게 진단 분석을 하고, 지역 주도로 자체적인 인구활력 계획을 수립할 때 컨설팅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내년 신설되는 지방소멸대응 기금(매년 1조원, 10년간 지원)을 인구 감소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지자체들의 자구 노력을 도울 방침이다.

인구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만한 국고보조사업(52개, 총 2조 5600억원 규모)의 대상 지자체를 선정할 때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가점을 부여하고 사업량을 우선 할당하며 도울 구상도 갖고 있다.

아울러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재정·세제·규제 등에서 특례를 주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추진에 속도를 내는 한편, 지역사랑 상품권 정책과 고향사랑기부금 제도 추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 지자체 간 특별지자체 설치를 돕고 지방소멸대응기금 광역지자체 배분 재원으로 복수 지자체 간 생활권 협력사업을 돕는 등 지역 간 협력 활성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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