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자영업자는 힘들어 울상···은행은 '이자 잔치', 정부는 '초과 세수'

코로나 사태 속 5대 금융그룹 '호황'···1~9월 이자이익만 31조
올해 국세 40조 더 걷힐 듯···"취약계층 지원 확대 필요"

강하늘기자 승인 2021.10.30 17:53 | 최종 수정 2021.12.15 15:38 의견 0

서민과 자영업자에게 금융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은행 문턱은 높아졌고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에 이자 수입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와 물가 급등 등으로 서민 살림살이는 어려운데 올해 정부는 당초 예상보다 수십조원 많은 세금을 걷게 됐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지난 8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출입구 옆 폐업 가게의 임대 문구. 정기홍 기자

▶5대 금융그룹 이자이익만 31조원

5대 금융지주회사가 최근 발표한 올해 1~9월 실적에 따르면, KB금융의 순이익이 3조 772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1.1% 급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이자이익 증가율은 NH농협(5.9%)을 제외하고 KB금융(15.6%), 하나금융(15.3%), 우리금융(14.9%), 신한지주(10.2%)는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KB금융 8조 2554억원, 신한지주 6조 6621억원, NH농협 6조 3134억원, 우리금융 5조 890억원, 하나금융 4조 9941억원으로 모두 합하면 31조 3140억원에 달한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불리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 수요에 힘입어 금융권이 손쉽게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것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따라 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우대금리를 낮추거나 가산금리를 올린 영향도 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빚투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집값이 계속 치솟다 보니 이 시기를 놓치면 집을 살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빚을 내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라며 "은행들이 이런 틈을 타 막대한 이자수익을 얻었다는 것은 집 없는 서민들의 등에 올라타 잔치를 벌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11월 추가 인상 전망으로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고 최근 우대금리를 없애는 은행까지 나오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연간 이자 부담이 가계는 5조 8000억원, 자영업자는 2조 9000억원 증가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 7000억원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70%대에 달해 금리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된다.

다중 채무자에게는 더 큰 짐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최근 한은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 채무자는 지난 6월말 기준 140만 6000명으로 2년 사이에 34만 5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589조 9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68.7%를 차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출 규제까지 겹쳐 은행들이 소비자보다 훨씬 더 우위에 서게 됐다"며 "금융회사들은 이익도 내야 하지만 대출과 금리에 대해 서민과 자영업자를 좀 더 배려하는 공익적 역할도 강조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들은 내년 3월 원리금 상환 유예가 끝나면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출자의 재정 상황을 점검해 조금씩 갚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금융사들이 재취업이 필요한 사람의 재취업을 돕는 등 사회 환원 차원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과 세수 40조 넘나

정부의 세수 추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7일 내놓은 '2022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국세 수입을 323조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때 전망한 국세 수입 314조 3000억원보다 8조 7000억원 많다.

또 국세 수입 314조 3000억원은 정부가 본예산 편성 때 추정한 것보다 무려 31조 5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세수 추계 오차율은 10%를 넘는다.

정부는 세금이 더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본예산 편성 때와 비교한 올해 추가 국세 수입은 40조원을 넘을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던 데다 우발세수가 있었고 자산시장 세수도 정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오차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올해 세수 규모가 예산안 제출 당시 예상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세수를 민생 안정과 국가채무 상환에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과 세수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합 금지와 영업 제한 등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지난 27일부터 총 2조 4000억원 규모의 보상에 나섰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실제 손실과 밀린 임대료 등 고려할 때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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