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동행 21] 부부의 시간

신아연 칼럼니스트 | shinayoun@daum.net | 입력 2019-05-20 07: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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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인문예술문화치유공간 블루더스트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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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이혼기념일이면 모를까, 파경을 맞은 사람에게 전 남편과의 결혼기념일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실은 나도 잊고 있었는데 카페 옆 자리 젊은 남녀의 대화가 문득 그 사실을 일깨웠다.


“앞으로 우리는 최소 60년을 함께 살아야 돼. 아니, 80년이 될 수도 있어. 끔찍하지 않니? 하하.” 두 사람은 곧 결혼할 사이인가 보다. 그래, 듣는 나도 끔찍하다. 그런데 나도 결혼 생활을 지속했다면 올해로 31년째다. 계속 함께 산다면 60년이 되는 게 남 얘기가 아니다.   

   
‘절규’의 화가 뭉크가 쓴 우화 「자유로운 도시의 사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들은 밤에 깨어 술을 마시고 낮에는 자야만 합니다. 결혼은 삼년 이상 지속될 수 없고, 그걸 어기면 벌을 받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이삼 일마다 결혼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이상적이지요. 천국이 지상으로 내려온 겁니다.” 고독과 불안 속에 80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한 남자의 결혼에 대한 풍자와 역설적 환상이 엿보인다. 하지만 카페의 젊은 남녀와 뭉크는 결혼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답게 ‘부부의 시간’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시간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있다. 크로노스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일정하게 흐르는 객관적 시간을 말한다. 카이로스는 주관적으로 인식되는 시간이다. 상황에 따라 일일여삼추가 되기도 하고, 눈 깜짝할 새가 되기도 하는. 부부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 단 하루만에도 지겹고 끔찍할 수가 있고, 100년을 해로하고도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어찌 부부의 시간뿐이랴. 파란만장하든, 꽃길만 걷든 모든 인간은 크로노스의 시간 위에서 카이로스의 시간을 산다. 

  

“앞으로 우리는 최소 60년은 함께 살 수 있어. 운이 좋으면 80년도 가능해. 가슴 벅차지 않니?” 이렇게 말할 수는 없었을까. 젊은 한 쌍의 행복을 빈다.

 

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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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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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신아연 작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1년간을 호주에서 지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영혼의 혼밥'을 연재하며 소설가,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심리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공저 『다섯 손가락』 『마르지 않는 붓』 『자식으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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