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초청 음악회... 초 여름밤, 영화음악에 빠지다

유진 승인 2018.07.16 09:59 의견 0

OBS 초청 음악회... 초 여름밤, 영화음악에 빠지다

 

좋은 음악은 우리의 감정에 깊이 호소한다.

그래서 어쩌면 그 형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그 음악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에 나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희망이 보인다'OBS의 밝고 긍정적인 모토처럼 100인의 뮤지션과 함께 한 팝 클래식 공연은 무덥고 지친 여름 밤 시원한 소나기 같은 선물이었다.

 

                                                                                                         <출처-OBS>

 

지난 12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 홀에서 코리안 팝스 오케스트라의 여름 연주회가 있었다. 코리안 팝스 오케스트라는 기존의 클래식이 갖고 있던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탈피해 팝, 영화음악 OST, 월드뮤직 등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세련되게 선보이며 누구나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즈의 관객을 사로잡는 강렬함의 호평을 받은 세계적인 바리톤 서정학과 국내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과의 공연은 국내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차별화 된 감동을 주었다.

 

The Summer Night Concert

        

1부의 시작은 이번 공연의 주최 측인 경인방송의 비전과 철학을 담은 OBS로고송을 대규모 관현악편성 버전으로 선보였다. 이어 ‘R.슈트라우스의-짜라투스트라의 연주를 시작으로 오케스트라의 단원인 바리톤 서경석의 힘찬 성악무대와 함께 기대했던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무대까지 이어졌다.

 

그날 연주에서 가장 기대되기도 했고 인상깊은 곡은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은 <영광의 탈출> OST ‘Ernest Gold-The Exodus Song’이다. <영광의 탈출>은 유태계 미국인 소설가 레온 우리스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으로, 유태인 난민 수송선 엑소더스호 사건과 이후의 이스라엘 건국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팔레스타인으로 온 유태인이 무력으로 그들의 전통과 역사를 수립했다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유럽 유태인의 팔레스타인 이주는 19세기 이후 활발해 지면서 군사적 위협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자생 조직을 배양하고 그렇게 강대국을 맞서 전쟁에서 승리해오며 그들의 뿌리를 견고하게 한 정신적 힘은 종교적 배경을 배제하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곳은 나의 조국
신이 내게 준 이 땅
이 훌륭한 황금의 땅을
아침 햇살이 떠오르면 이 땅의 언덕과 평원이 드러나 보일 때
나는 그곳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조국을 보노라 
 

그러니, 내 손은 잡고 이 땅을 거닐어 보세
나와 함께 이 사랑스런 땅을 거닐어 보세
나는 단지 평범한 사람이지만
당신이 내 곁에 있을 때
신의 도움으로 나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니,내 손은 잡고 이 땅을 거닐어 보세 

 

기존의 오케스트라 버전으로는 들을 수 없었던 던전 앤 파이트같은 게임음악과 윤향기의 여러분같은 곡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2부의 끝을 장식했던 추억의 팝송인 Johnny Dorelli-L’immensita(눈물속에 피는 꽃)Consuelo Velazques-Besame Mucho(베사메무쵸)와 칸쵸네를 팝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해석해 웅장함을 배가시켰다.

 

음악의 기억과 그리움

 

<출처-코리안 팝스 오케스트라> 

 

정통 클래식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아닌, 팝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원곡이 가진 아름다움을 프리즘처럼 만들어 내어 잃고 있던 감수성을 되살리게 했다. 어릴 적 LP레코드의 추억은 오래간 뇌리에 남아 있는 것처럼 음악이 주는 아련한 기억은 때론 깊은 위로가 되어 침묵의 말을 건넨다.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에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해당 음원을 쉽게 다운 받아 다양한 디지털 매체로 들을 수 있지만, 2000년대만 해도 부의 상징인 일제 카세트나 씨디플레이어를 통하지 않고서야 원하는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없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겐 생소한 테이프와 씨디와 같은 저장 매체가 아니고서야 음악을 듣기 어려운 시대가 있었다. 요즘이야 음악 말고도 즐겁고 흥미로운 것들을 맘만 먹으면 너무나도 손쉽게 즐길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보다 훨씬 한정된 문화 공간에서 감정적 교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음악 한 곡 듣는 것도 소중하고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규모나 수준에서는 심포니식 음악을 연주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반 대중에게 더 가까이 한 발 다가서며 시대를 넘어선 좋은 곡들을 그들만으로 색으로 표현해 낸 코리안 팝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한 여름밤 음악이 주는 그리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음악은 우리의 감정에 깊이 호소한다. 그래서 어쩌면 그 형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그 음악을 받아들이고, 또 그것에 나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희망이 보인다'OBS의 밝고 긍정적인 모토처럼 100인의 뮤지션과 함께 한 팝 클래식 공연은 무덥고 지친 여름 밤 시원한 소나기 같은 선물이었다.

 

[플랫폼뉴스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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