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껌의 초석은 화장품"…신격호 평전 나왔다

일본서 25일 '롯데를 만든 남자' 평전 출간
가족·비서·최측근 취재, 리더십·성공스토리 조명

강하늘 승인 2020.11.26 12:41 | 최종 수정 2022.07.28 19:32 의견 0

지난 1월 별세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명예회장)의 평전이 지난 25일 일본에서 출간됐다.

일본 경제매체인 다이아몬드 온라인판은 신 명예회장 평전 ‘롯데를 만든 남자 시게미쓰 다케오론(論)’를 소개했다. 시게미쓰 다케오는 신 명예회장의 일본 이름이다.

▲ 25일 일본에서 출간된 고 신격호 롯데 창업자 평전 '롯데를 만든 남자 시게미쓰 다케오론(論)'

평전 저자인 마쓰자카 다카시는 일본의 경제 잡지인 ‘경제계’ 편집장을 지냈고 저명한 경영인의 책을 다수 집필했다. 신 명예회장의 가족과 다양한 관계자를 만나 취재해 썼다.

껌·과자 연구와 개발을 이끌며 신 명예회장의 오른팔로 불린 테즈카 시치고로 등 전 비서들, 대졸 채용 1기생이었던 한국인 최측근 등이 취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의 경영론과 못다이룬 경영인의 꿈도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 책은 일본 경제계의 시각으로 ‘신격호 리더십’을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전에 한국에서 출간된 신 명예회장 책의 대부분은 ‘신격호는 있는데, 시게미쓰 다케오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명예회장의 일본 내 활동, 입지 등의 정보가 태부족해 그 진면목을 알기 힘들었다.

신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2017년 '나의 아버지 신격호'를 펴냈지만 롯데가(家) '형제의 난'과 맞물려 논란을 빚었다.

‘아버지를 한일 양국에서 보좌한 장남이 가장 자세한 평전을 내놨다’는 평과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한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적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책을 이용했다’는 평이 엇갈렸다.

이에 롯데가 지난 6월 '신격호의 도전과 꿈'을 펴냈는데, 신 명예회장을 조명하기보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타운, 송파 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등 롯데의 대표 건축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소개하는데 중점을 뒀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현 울산시)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인 1941년 18살의 나이로 맨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돈을 벌었고, 1949년 롯데그룹 전신인 (주)롯데를 창립해 제과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1966년 한국에 진출, 이른바 ‘한일 셔틀 경영’을 했고 한국 재계 5위에 오른 과정도 세세히 풀어냈다.

평전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신 명예회장의 다양한 일화들이 담겼다. 그는 와세다대에서 배운 화학지식을 살려 초콜릿, 비누, 화장품 등을 만들었고 엄청 팔려나갔다. 이는 껌 사업의 기반이 됐다. 다이아몬드는 “당시 최고의 기술과 설비를 아낌없이 갖춘 초콜릿 사업 등 부족함이 없다”고 전했다.

신 명예회장이 성공을 거두자 유언비어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는 “롯데 브랜드와 그 상품의 압도적인 지명도와는 달리 그의 수줍은 성격은 공식석상이나 매스컴에 나오는 것을 꺼려 베일에 싸여왔다”면서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과 맞물려 그의 성공을 시기한 소문은 그럴듯하게 퍼졌다”고 전했다.

이 평전은 신 명예회장이 신규 사업 참가나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적확한 경영 판단과 뛰어난 마케팅 센스를 발휘했다고 평했다. 일본인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근면함, 기획력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펼친 신 명예회장의 행보도 평전에 담겼다. 다이아몬드는 “한국에서는 그가 같은 농업학교를 졸업한 동향 사람들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고 이를 통해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달성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재벌으로의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롯데의 입지가 일본과 비교 안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는 평가도 했다.

다이아몬드는 “한국 롯데의 매출은 2018년 8조 4000억엔(약 84조원)으로 일본 롯데의 30배에 가까운 규모”라며 “한국 롯데의 경우 3분의1이 유통업, 다른 3분의1은 화학, 건설업이 차지해 식품부문은 전체의 8.9%에 지나지 않지만 일본 롯데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평전은 “신 회장이 일본에서 거둔 사업의 이익을 한국 사업 투자에 쏟아넣었고, 이 전략은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재계의 관계자는 “이번 평전이 신 명예회장을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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