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방화 승려 “서운해 술 마시고 불 질렀다”

강하늘 승인 2021.03.06 13:17 의견 0

전북 정읍경찰서는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승려 A(53)씨에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쯤 대웅전에 휘발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 내장사 대웅전이 앙상한 기둥만 남긴채 전소된 모습. 전북소방본부 제공 

A씨는 방화 5분 뒤 경찰에 전화를 걸어 “대웅전에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다. A씨는 신고 이후 도주하지 않고 현장에 머물러있다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3개월여 전에 내장사에 들어와 생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내장사 대웅전이 전소돼 소방서 추산 17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소방당국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종단 내부 규율인 종헌종법에서 정한 최고 수위의 징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종단 소속 승려가 대웅전에 고의로 불을 지른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24교구 본사인 선운사도 이날 입장문을 냈다. 선운사는 “전날 천년 고찰 내장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이 전소됐다”며 “사찰 내부 대중의 방화로 알려져 국민과 불자님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이어 “교구를 관장하는 선운사는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비통한 마음으로 참회를 드린다”며 “출가수행자의 정체성 확립과 승풍 회복을 위한 긴급 점검을 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장사는 내장산에 있는 선운사의 말사(末寺)로 지난 2012년 10월 31일 전기적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 대웅전이 모두 불탔다. 불에 타 복원된 지 9년 만에 다시 화염에 휩싸였다. 내장사 대웅전은 6·25전쟁 때 소실됐다가 1958년 중건(重建)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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