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철없는' 가을 벚꽃

긴 장마·태풍으로 잎 떨어지고, 더워지자 봄으로 착각

정기홍 승인 2020.09.30 14:03 의견 0

요즘은 사시사철 꽃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시절이라 제철 꽃의 의미가 다소는 퇴색됐다. 어느 때나 눈요기뿐만 아니라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이 많다. 그런데 가을이 다가선 지금, 전국에 벚꽃이 피어나고 있다. 3월말~4월초에 피는 이른 봄의 전령사가 아닌가. 말 그대로 '철 모르는' 꽃이다.

 

30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9월 중순 이후 경남 하동·진주·거제·의령, 경북 울릉, 전남 해남, 충북 청주, 대전, 인천 강화에서 벚꽃이 연분홍 꽃망울을 터뜨렸다.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들이 벚꽃 아래에서 낙엽을 밟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배꽃이 핀 곳도 있다.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에서 악양면으로 향하는 19번 국도변 벚나무엔 벚꽃이 피었다. 지난 25일 처음 꽃망을을 드러냈다고 한다.

 

▲ 지난 29일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악양면 간 국도변 벚꽃이 피어있다. 하동군 제공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 일원에도 벚꽃이 만개했고, 울릉도 위통구미 마을과 대전시 문평동 도로의 벚나무에도 옅은 분홍빛 벚꽃이 피었다.

 

▲ 지난 29일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벚나무에 핀 벚꽃. 지나는 주민이 신기한 듯 보고 있다. 거제시 제공

 

주민들은 “한 해에 벚꽃이 두번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며 말했다. 오흥석(58) 하동녹차연구소장은 “이유야 뭐든 간에 사람이 꽃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윤준혁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올여름 긴 장마와 함께 태풍이 잇따르면서 꽃의 생장을 막는 잎이 일찍 떨어졌다”며 “기온도 일시적으로 올라가면서 벚나무가 봄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남 화훼연구소 관계자는 “가을 벚꽃은 드물게 목격되는 현상"이라며 ”주변 온도차가 크게 벌어지면 난데없이 꽃이 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봄엔 꽃을 피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전문가들은 "봉우리를 맺지 않는 부분이 많아 내년 봄에도 꽃을 피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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