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국가부담 기본대출권' 논쟁

이재명 경기지사 “국가 부담으로 모두에 저리대출”
은행원들 "상한 대게 잡수셨나" "기본이 만능 단어네"
여야 의원들도 "포퓰리즘,,,심각한 도덕적 해이 야기"

정기홍 승인 2020.09.14 16:00 | 최종 수정 2021.12.30 16:52 의견 0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주장한 '기본대출권'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금융권은 물론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도 반대 주장을 하고 나섰다.

기본대출권이란 모든 국민이 1∼2%대의 낮은 이자로 일정 금액을 대출받도록 하자는 것이고, 저신용자가 이자를 못 내면 국가가 대신 부담하자는 취지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복지국가라면 서민의 금융 위험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국가마저 고금리로 미상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며 "미상환에 따른 손실은 국가가 부담해 누구나 저리장기대출을 받는 복지적 대출제도(기본대출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에선 곧바로 비판에 나섰다. 대출 이자로 ’먹고사는‘ 곳이니 당연히 부정적 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은행권 직원인증을 받은 사람만 쓰는 은행권 익명 커뮤니티에는 14일 이 지사의 관련 기사를 링크한 '이게 가능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렇게 되면 우린 그냥 대출 막 해주면 되나요?"라고 썼다.

한 이용자는 "저소득자들은 지원을 해준다 해도 물가에 맞춰 최저생계비를 올려줘야지 대출받을 권리를 줘야한다니. 상한 대게를 많이 잡쉈나"라고 비꼬았다. 또다른 이용자는 이 지사의 그동안 주장에 빗대 "'기본'이 아주 만능 단어네. 사회주의적 배급의 2020년형 표현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직원도 "농협은 과거 중앙회 신경 분리시키면 지원금 준다는 소리 믿었다가 떼먹힌 경험이 있습니다. 저 정책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그냥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외 신용대출을 거부하세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에 이 지사는 14일 MBC라디오에 출연, 진행자가 ‘신용도와 상관없이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인지’를 묻자 “그렇다. 그래서 기본이란 말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중앙정부에서 0.5%(이자)로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은행은 이것을 가지고 대출사업을 하지 않느냐”며 “여기에 대다수 국민은 소외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대출 받을 권리를 부여해주자, 아주 일정액의 장기 저리로 원한다면 평생 한 번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은행의 대출 금리 1~2% 정도로 빌려줘야 한다고 본다. 3년 쓰다 갚든, 10년, 20년을 쓰든 이자만 잘 낸다면 원하는 만큼 (대출을) 쓸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4% (이자를) 허용하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200만명쯤 된다. 16조원쯤을 쓰고 있는데 평균 800만원 정도 된다. 못 갚는 비율이 5% 미만으로 100명 중에 5명 정도인데 이 사람들이 가지는 신용 리스크를 정부가 일정 정도 담보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은행이) 신용 리스크를 덮어씌워 24%라고 하면 갚을 수 있겠냐”며 “신용 불량이 되고 직장을 못 구하고 복지 대상자가 돼서 기초생계급여를 받는 사람이 되면 더 많은 돈을 지원해 줘야 된다. 그런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100명 중 1∼5명에 대한 신용 리스크만 (정부가) 책임져 주면 나머지 95, 96명한테 (은행이) 은행금리 정도의 이자를 받아도 정상적으로 영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저리대출 받은 뒤 상환을 미루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 “어떤 보통의 국민이 ‘이자 싸구나, 마구 빌려다가 써버려야지’ 이러겠느냐”며 “(대출을) 못 갚으면 신용 불량자가 되고 월급이 압류 당하는 데…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떼먹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당장 발상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시장, 신용대출 시장을 기본적으로 망가뜨리는 그런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날 MBC라디오 방송에서 "국민 세금으로 함부로 모든 민간시장에 시혜성으로 퍼주다간 남는 것은 국가 빚더미와 세금 폭탄뿐"이라며 "무차별적인 시혜성 프로그램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 "지금 중소기업, 소상공인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저리 지원의 자금 프로그램이 있다"며 "그런데 이 걸 넘어서 국민한테 금융대출까지 시혜성으로 나눠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께서 최고금리 10% 제한에 이어 기본대출권을 제안하셨다”며 “서민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사님께서 말씀하신 기본대출권은 ‘고신용자든 저신용자든 누구나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라며 “리스크를 정부가 책임지자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송 의원은 이 지사가 ‘최고금리 10% 제한’을 주장했을 때에도 “이 정책이 동기와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했었다.

송 의원은 “기본대출권 또한 마찬가지”라며 “금융권에서도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지사의 주장은 이 위험을 국가가 떠안고 부실이 나면 국가가 보상해주자는 것이고, 금융기관의 현 시스템은 신용등급 등을 통해 이자의 차이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라며 “이 지사의 제안대로라면, 금융기관은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를 구분하고 대출받는 사람들의 신용등급을 따져 이자율을 다르게 책정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는 “기본대출권 같이 국가가 이자를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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