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코로나 검사수만 공개하지 않을까?

정기홍 승인 2020.09.19 16:29 | 최종 수정 2022.04.23 00:35 의견 0

방역당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자 수 비공개를 놓고 임의 조정, 조작 의혹 등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정례 1일 브리핑때 확진자 수 등 여러 개의 수치를 공개하지만 검사 건수는 빼고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 검사자 수의 자의적 조절 등은 일부 단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돼 왔고, 각종 의구심은 지금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주요 자료를 공개하면 의혹을 간단히 없앨 수 있는데, 유독 검사 건수만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주장들이다.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에 쓴 댓글에서 "한국이 코로나 공포 스트레스지수가 세계 1위라고 한다"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정부의 과도한 경각심 조장이 한몫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K방역을 브랜드화시키고 업적을 남김과 동시에 지지율 유지에도 이득이란 계산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그네(근혜) 때는 너무 쉬쉬했고 문재인 때는 다 오픈하고 자화자찬 프레임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방역'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보인다.

다른 네티즌은 "프랑스는 최근 1주일에 1백만명 검사를 목표로 전 국민 무료 검사를 장려하고 있다. 결국 확진자가 10배 폭증했다"며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조심은 하되 더이상 공포감은 가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또다른 네티즌은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countries 가서 보라. 인구 백만명 당 검사자 수는 한국이 세계 111위"라며 자료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한 SNS에는 현직 의사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보냈다는 공개질의서가 유포됐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 못한 채 무조건 격리방식의 방역만 고집하고 있다"며 의학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야당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 조작이 의심된다”는 글을 올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3일후인 지난 17일 "검사자 수가 너무 적다. 일반인에게 진단키트를 배포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거들었다.

윤 의원은 “확진자 수란 게 검사 수에 따라 달라지는 데 분모에 대한 언급 없이 확진자 수만 발표하고 있다”면서 “주말의 경우 인력과 검사 수가 줄어든 것을 마치 방역성과가 나타난 것처럼 확진자 수 감소라고 발표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정부가 필요할 때는 검사를 늘려 공포를 조장하고, 방역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광복절 집회나 특정 교회에만 집중 검사를 해 확진자가 늘었다는 발표를 했다는 뜻이다. 이어 "144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항체검사에서 1명만 항체가 확인됐다는 발표도 현행 봉쇄 중심의 방역을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연재 사랑제일교회 변호인은 방역당국과 정치권에서 자신의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라고 하자 지난 달 23일 “1만명을 검사해서 나온 숫자를 얘기하다가 3만~4만명을 검사해서 나온 숫자를 얘기하면, 사람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갑자기 없던 확진자가 생겨서 큰일났다, 난리났다는 오해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무증상 감염자들이 코로나에 걸린 줄도 모르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며 “국민이 스스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를 보급하라”고 촉구했다. 또 “검사 횟수가 너무나도 적지 않나 생각한다. 영국만 해도 하루에 19만명의 검사를 하고, 독일은 1주일에 백만명, 미국은 하루에 백만명을 검사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까지 나서자,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검사량이나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면 모든 선별진료소와 검사기관의 인력이 조작에 협조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 총괄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검체의 채취는 전국 621개소 선별진료소에서 실시되며, 이 가운데 보건소 260개소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민간의료기관으로서 정부가 검사 건수를 임의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진단검사도 대부분 민간인 약 150개 기관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그 모든 과정이 PCR(유전자증폭) 기기에 실시간으로 기록돼 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위적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검사 건수를 정례 브리핑에서 공개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16일 이후에도 검사 건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모든 과정이 PCR기기에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김 총괄대변인의 말과 배치된다.

월요일 브리핑에서 주말에 검진이 준 것을 '방역 성과'로 발표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은 이후에야 "주말 검진자 수가 적어 월요일엔 확진자가 줄어든다"는 언급을 끼워넣어 설명하고 있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민의힘 김 비대위원장의 검사 확대 요구와 관련해 "유증상자에 대한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접촉자나 고위험시설 종사자 등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며 "검사 건수를 늘리는 필요성에는 방역당국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어떤 대상을, 어떻게 검사하는 게 효율적인 것인지는 좀 더 기획을 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다만 그는 "국가별로 사용하는 검사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 단순히 숫자만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확진자가 1000명 이상 많고, 미국은 하루에 5만명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 단순하게 검사 건수만 갖고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2주간 하루 평균검사량은 1만 3000~1만 4000건이다.

정 본부장은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통한 검사 확대에 대해서도 "현재 쓰고 있는 PCR 검사는 유전자를 증폭시켜 검사하기 때문에 소량의 바이러스가 있어도 조기에 진단을 하고 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며 "신속진단키트는 몸 안에 바이러스 양이 많은 경우에만 양성으로 나올 수 있어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정하는 정도)가 PCR 검사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제품 제조사가 밝히고 있는 민감도가 90%라고 하더라도 100명의 확진자 중 10명을 놓치게 되면 추가 전파를 차단할 수 없고 확진자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 본부장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광범위하게 감염이 확산돼 PCR 검사만으로 대응이 어려우면 신속진단키트로 검사를 보조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PCR검사로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아직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WHO(세계보건기구)나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경우에도 신속진단키트를 검사방법으로 쓰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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