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죽과 감자빵 사태, 반응은 달랐다

덮죽집과 감자빵 둘 다 '음식 표절'
덮죽 표절업체 폭탄 비난에 "사업 철수"
SPC "감자농가 돕고자 했는데 철수하겠다"

강하늘 승인 2020.10.13 19:24 | 최종 수정 2022.01.22 14:32 의견 0

최근 ‘음식 레시피 표절’와 관련한 뉴스 2개가 핫이슈로 등장해 온라인을 데웠습니다. 하나는 SBS 골목식당에서 방영된 '덮죽'이고 또다른 하나는 강원도 춘천의 '감자빵'이었습니다. 둘다 인기가 있는 메뉴를 그대로 베낀 것입니다. 표절한 건 비슷해 보이는데 누리꾼의 반응은 다소 달라 보입니다.

◼ 덮죽 사태

지난 여름 SBS의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덮죽 메뉴를 소개한 경북 포항의 덮죽집 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는 다른 지역에 덮죽집을 오픈하지 않았습니다. (레시피를) 뺏어가지 말아주세요 제발”이란 글을 올렸다.

▲ SBS 화면 캡처

덮죽은 밥 위에 음식 건더기를 얹는 덮밥에서 착안해 밥 대신 죽을 활용한 메뉴로, 포항의 음식점 주인이 직접 개발했다. 지난 7월 방송 '골목식당'에서 소개됐었다. 소고기, 시금치 등 채소를 볶아 간장으로 양념을 한 뒤 고명을 만들어 흰쌀 죽 위에 듬뿍 부어 덮은 요리다.

표절 문제가 이슈가 된 것은, 덮죽집 사장이 최근에 자신의 덮죽과 유사한 메뉴를 내세운 업체(브랜드 덮죽덮죽)가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을 체결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글을 올리면서다. 포항의 덮죽 자체가 독특한 형태였던데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메뉴와 브랜드 이름이 너무 비슷했다.

▲ SNS 캡처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이 업체의 메뉴 표절 논란이 확산됐다. 이어 표절한 의혹을 받은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이 운영 중인 ‘족발의 달인’ ‘더바디랩’ 등의 불매 움직임도 일어났다. 한때 회사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이 업체가 9월 4일 ‘OO덮죽’으로 특허청에 상표 출원도 한 것도 확인됐다.

논란이 비난으로 확대되자 업체 측은 12일 공식 사과를 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준 대표는 홈페이지에 “본사의 덮죽 프랜차이즈 진행 과정에 있어 ‘메뉴명 표절’ 및 ‘방송된 내용과 관련해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표기했다”며 “수개월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 덮죽을 개발하신 포항의 ‘신촌’s 덮죽‘ 대표님께 너무 큰 상처를 드렸다. 머리숙여 사죄 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11일 저녁 직접 대표님을 찾아뵙고 사과를 드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포항으로 찾았지만 대면하시는 것을 힘들어 하셔 만나 뵐 수 없었고 송구스럽게도 본 사과문으로 게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덮죽 브랜드는 금일부로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며 “추후에 있어서도 대표님의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 감자빵 논란

지난 12일 강원도 춘천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한다는 한 누리꾼은 소셜미디어(SNS)에 “파리바게뜨가 만든 감자빵은 외관으로 보나 캐릭터의 모양으로 보나 우리 감자빵과 너무나 흡사하다.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신다면 판매를 멈추고 소상공인과 상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춘천의 '카페 감자밭' 운영자가 SBS에 올린 글 캡처

이 빵집은 춘천에서 있는 '카페 감자밭'으로, 지난 3월 감자와 닮은 감자빵(3000원)을 출시해 대박을 치면서 유명세를 탔다. 5월에는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1주일에 2만개씩 판매되는 등 전국적인 인기 상품으로 부상했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로즈벨리 감자를 원재료로 전분과 쌀가루로만 만들어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논란은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가 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커졌다. 황씨는 “파리바게뜨가 춘천의 작은 빵집이 만드는 감자빵을 ‘복사’하였다”며 “파리바게뜨는 강원도 감자 재배 농민을 돕기 위한 감자빵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춘천의 작은 빵집과의 상생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인가. 가능한 일일 것인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 황교익 씨의 페북 글 캡처

논란에 휩싸이자 파리바게뜨는 12일 빵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감자빵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이 코로나19 여파로 수요 감소에 시달리는 강원도 감자 농가들과 상생한다는 취지에서 '상생빵'을 한정수량으로 출시했다.

앞서 SPC는 지난 달 강원도 평창군과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 소비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감자100t을 수매했다. 지난 9일부터 감자빵 3종을 ‘행복상생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가맹점 3367곳에서 출시했다. 수익금은 감자농가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SPC는 “감자빵의 레시피가 2018년에 중국에서 유사한 감자빵이 판매됐고, 일본에서도 이전에 온라인에서 비슷한 레시피가 공개되는 등 널리 알려져 있어 표절은 아니다”며 “하지만 해당 업체의 항의가 있었고 상생을 위해 좋은 뜻에서 기획한 제품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둘은 다르다

누리꾼들은 '둘은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덮죽의 표절은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감자빵은 모양이 비슷하다는 정도에다 감자농가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며 대체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빵의 성격도 서로 살자는 '상생빵'이고 가격도 춘천 빵집보다 싸다는 점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춘천빵은 한개 3000원이고 파리바케뜨는 1900원이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덮죽의 경우 향후 프랜차이즈 본부 설립을 위해 덮죽으로 상표 출원부터 했다는 점이 메뉴 개발자에겐 단 한 푼도 주지 않고 채가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수이긴 하지만 "타이완엔 널린 게 덮죽인데 그게 표절이면 타이완 음식 베꼈으니까 타이완에 매번 로열티 내야 되는 거 아니냐"며 폄훼하는 누리꾼도 있다.

춘천 빵집에 대한 평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예전의 깨찰빵 레시피를 약간 변형한 빵인데 표절이란 건 좀 그렇다"며 "고구마빵, 감자빵 파는 디저트 가게가 많고 이미 유튜브에 레시피가 '수천개' 올라와 있는데 (글 쓴) 아버지가 표절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누리꾼은 비싼 빵값 평을 내놓았다. 그는 "개인 빵집도 마찬가지고 한국의 빵값이 압도적으로 세계 1위"라며 자료를 링크했다. 이에 다른 이는 "한국의 1kg당 평균 빵값은 15.59 달러로 2위와 두배 차이난다"며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홍콩보다 2.5배. 제과제빵 기술 수준이 한국보다 높은 일본보다 두배 비싸다. 이들 나라는 모두 빵이 주식이 아니다"라며 거들었다.

하지만 "춘천 감자빵은 기존 빵하고 다르다. 컨셉트나 외관, 맛, 식감 모든 게 옴청(엄청) 귀엽고 몽골몽골 하고 감자 같고 쫄깃하고 맛있는데 참신한 아이디어였다"며 두둔했다. 이는 소수 의견에 그쳤다.

한 누리꾼은 "덮죽이랑 감자빵은 별개의 사안으로 보인다"며 "덮죽의 경우 조리 과정, 형태, 이름은 물론이고 골목식당이란 방송 메리트까지 침해한 경우이고, 감자빵은 형태는 유사하지만 감자로 만든 빵 정도의 유사성(감자깡 과자를 생각해 보자)밖에 안 보인다"고 썼다.

◼ 음식 조리법 저작권 대상 제외 논란

음식 레시피는 현재 기준으로는 저작권법 보호 대상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 측에서 손해를 주장해도 법적으로 보전할 방법은 쉽지 않다. 음식 조리법은 '창작의 결과'가 아니라 창작 전 단계인 ‘아이디어’로 보기 때문이다.

즉 요리할 때 재료를 더하거나 뺄 수 있고 볶거나 삶는 온도, 양념을 바꾸었을 때의 기준점을 판가름 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 저작권법에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물체와 물질 등 창작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글이나 음악이나 미술 등에는 구체적으로 적시해 놓았지만 음식에는 언급이 없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가 (정밀하게 판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저작물 보호 범위에 들어가지 않아 그 결과물을 인정하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동찜닭, 흑당 버블티, 치밥, 치킨 치즈볼, 마라샹궈, 벌집 밀크 아이스크림 등 요식업에서의 표절 논란 사례는 많다.

'컵반' 분쟁도 있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2017년 경쟁 식품업체인 오뚜기와 동원F&B를 상대로 즉석밥과 국 을 결합한 컵반을 모방했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소송을 냈으나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해 기각됐다.

이렇다 보니 특정 메뉴가 인기를 끌면 비슷한 메뉴를 출시해 경쟁하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 해 여름 큰 인기를 끌었던 ‘대만 흑당 버블티’는 대부분의 커피와 차 프랜차이즈에서 신메뉴로 내놓았다.

콜라의 예도 있다. 한 네티즌은 "음식에는 지적재산권이 없어 양념 등을 비밀로 한다. 코카콜라 제조법은 비밀이다"며 "펩시가 코카콜라의 맛을 본 떴다고 욕 먹진 않는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레시피를 영업비밀에 부치고 관계자와 비밀유지 각서를 써, 차후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놓았다.

이같이 음식 메뉴 베끼기 논란이 반복되면서 조리법도 창작물로 보고 저작권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적인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법적인 책임보다 조리법 원작자를 존중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할 경우 보상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음식 저작권 보호를 굳이 따지자면 (브랜드) 상표권 정도이지 레시피 자체를 표절이라고 하면 외식업이 이렇게 크지 못했을 것이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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