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은 망종(芒種)…여름의 세번째 절기입니다

정기홍 승인 2021.06.05 13:30 | 최종 수정 2021.12.16 15:17 의견 0

망종(芒種)은 보릿고개의 마지막 절기로 24절기 중 아홉번째입니다. 여름 시절의 세번째 절기이기도 합니다.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에 들며 음력으론 4, 5월에 해당합니다. 양력에 맞추면 6월 5~7일로, 보통 현충일(6일)과 겹칩니다. 참고로 현충일은 망종일과 망종 때 지내던 제사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오늘은 또 양력으로 환경의 날이기도 합니다. 지구의 온난화로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이슈로 부상된 지금입니다.

망종의 망(芒)은 벼처럼 까끄라기가 있는 곡물을 의미하고, 종(種)은 씨앗을 뜻합니다. 벼와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시기란 의미이겠지요.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알맞는 때로 두 일이 겹쳐 농가에서는 무척 바쁩니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빈 논에 벼도 심고 작물을 심는 밭갈이도 할 수 있습니다.


요때는 그간 많지 않던 비가 의외로 자주 내립니다. 모를 어려움 없이 심으라고 하늘이 비를 뿌려주니 아귀가 딱 맞아보입니다. 세상의 이치가 오묘합니다. 날씨도 변덕을 많이 부립니다. 느닷없이 장맛비 같은 굵은 비가 내리고 여름이 가까워지니 한낮엔 따가운 햇살이 사정없이 내리쬡니다.

간혹 논바닥이 쩍쩍 갈라질 정도의 심한 가뭄이 드는데, 천수답이 지천일 때는 농민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만 쉬었답니다. 이 모습이 사라진지는 그리 오래지 않았습니다. 요즘엔 저수지, 4대강 등 용수 시설이 잘 돼 있습니다.


아무튼 오뉴월 농번기입니다. 중부보다 보리농사를 많이 짓는 남쪽일수록 더욱 바쁜 때입니다. 삼팔선 이북은 겨울 극한 추위로 보리농사가 거의 없어 바쁨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지구의 기온도 오르고, 비닐모판 활용 등으로 모 성장 시기도 빨라져 모를 심는 시기가 일주일~10일 정도 빨라졌다고 합니다. 망종보다 한 절기 더 앞선 소만 무렵에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24절기에 맞추면 약간 차이가 나는 경우입니다.

중부보다 늦은 남부에는 겨우내 맨논으로 두었던 논에 심는 1모작은 끝났고, 익은 보리를 벤 논에 심는 2모작이 시작된다네요. 1모작 모는 아직 뿌리가 논바닥에 안착이 안 돼 여리게 보입니다. 강원 북부 지방에선 모가 안착되는 것을 '모살이'라고 하더만요. 찾아 보니 북한말에 모살이비료란 게 있네요. 뿌리가 빨리 내려 '사름'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뿌리는 비료랍니다. 사름이란 모를 옮겨심은 지 4~5일 지나 뿌리를 내려 파랗게 생기를 띠는 상태란 표준어입니다.

▲ 이양기로 모를 심는 모습.

중부 지방도 2모작은 거의 끝나고 영농법인 등 대형 농사를 짓는 곳에서 마지막 모내기를 하고 있다고 지인 농군(축산업)이 전해왔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2모작은 좀 더 늦어도 소출에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한여름 장마가 덜 하고 초가을 햇살이 더 따가우면 조금 늦은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시골에서 자랐거나 지낸 분들은, 질퍽한 흙탕논 가운데에서 논두렁에서 잡는 못줄에 따라 손모내기를 하고픈 생각이 절로 날 것입니다. 아름드리 그늘 밑에 둘러앉아 먹던 새참과 점심의 맛은 별맛이었지요. 감나무잎에 두어토막 올려 놓은 양념 갈치의 맛은 또 어떻고요. 요즘에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귀한 경험이고 추억입니다. 이런 걸 두고 입맛 다셔지는 추억이라고 하는가요?

옛 사람들은 망종을 5일씩 끊어서 3후(三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마귀가 생기고, 중후(中候)에는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지빠귀가 울음을 멈춘다고 했다고 하네요.


글처럼 이때는 또 사마귀나 반딧불이가 나타나고, 매화가 열매 맺기 시작합니다. 건강에 좋다며 집집마다 챙겨두고 먹고 마시는 매실을 말합니다.

들녘을 오갈 때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따먹은 기억도 생생할 겁니다. 5~6월, 이맘 때 산과 들가에 잘 익어 있습니다. 혈당을 낮추는 당뇨나 정력 강화, 피부에 좋답니다. 또 혈압을 낮춰 주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 성분이 많습니다.

이것 뿐이겠습니까. 시골에서 자란 분들에게는 눈에 선한 게 한두가지가 아닐 겁니다.

한방에서는 기온이 오르고 에너지를 밖으로 많이 내놓는 시기여서 뱃속이 냉해지기 쉬운 때라고 하네요. 심장과 소장이 약해지기 쉬우니 잘 보하라고도 하니다.

<속담>
-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심해지는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아 이를 경계하는 뜻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베서 먹고 가을 추수를 위해 모를 심는다는 뜻입니다.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속담도 같은 맥락입니다. 보리베기·모내기로 몹시 바쁜 시절입니다.


- 발등에 오줌 싼다/ 보리벼기, 모내기, 모종 심기 등으로 1년 중 제일 바쁜 시기란 뜻입니다.


-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 '보리의 서를 먹는다'는 말은 그해 풋보리를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양식이 부족해 보리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풋보리를 베어다 먹었다고 하네요. 올해는 양력으로 6월 5일이 망종이니 음력으론 4월 말입니다. 풍족한 요즘 시절에 의미가 없으니 이 글로써 옛일을 기억해 보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풍습>
망종보기, 보리그스름 먹기, 보릿가루로 죽해 먹기 등이 있군요.


망종보기란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겁니다.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 돼 빨리 거둬들이지만 5월이면 보리농사가 늦어져 망종 내에 보리농사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망종의 시기에 따라 그해의 보리 수확이 늦고 빠름을 판단하는 것이라네요. 앞에서 언급한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는 속담과도 풀이가 같습니다.


그래서 망종 시기가 지나면 밭보리가 그 이상 익지를 않으므로 더 기다릴 필요 없이 눈 감고 베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보리는 망종 삼일 전까지 베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역 사례>
경남의 도서 지역에서는 망종이 중간에 들어야 시절이 좋다고 한답니다. 음력 4월 중순에 들어야 좋고, 일찍 들면 보리농사에 좋다는 뜻이겠네요. 부산 남구와 강서구 구랑동 압곡에서는 망종에 날씨가 궂거나 비가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한다네요.

또 전남, 충남, 제주에서는 망종날에 천둥이 치면 그해의 농사가 시원치 않고 모든 일이 불길하답니다. 반대로 우박이 내리면 시절이 좋답니다.


제주도에서는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모은 뒤 솥에 볶아 맷돌에 갈아 채로 쳐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배 곯던 옛날엔 보리밥을 비슷한 시절에 먹던 '죽 먹듯 한' 시절입니다.


전남에서는 이날 '보리그스름(보리그을음)'이라 하여 풋보리를 베어다가 그을음을 해서 먹으면 이듬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풍년이 들어 보리가 잘 여물면 그해는 보리밥도 달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잘 여문 보리가 더 달다는 뜻이겠지요.


또 망종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그 다음날 먹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허리 아픈 데 약이 되고 그해에 질병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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