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이어지는 폭염으로 일부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공산품 값 인상도 연일 잇따르고 있다.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도 정부가 뒷짐만 쥐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물가가 폭등하면 서민들이 더 힘들어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최근 상추, 시금치, 깻잎 등 엽채류(잎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 29일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채소류는 시금치(1㎏)가 1만 8277원으로 85.4%, 양배추(1포기) 3329원으로 9.4%, 상추(100g)는 1484원으로 9.2% 상승했다.
과일은 수박(1개)이 2만 3022원으로 26.4%, 참외(10개)는 1만 6191원으로 20.5%, 사과(후지·10개)는 3만 2867원으로 20.9%, 배(신고·10개)는 5만 3407원으로 51.1% 올랐다.
계란(특란 중품·30개)은 7308원으로 42.0% 급등했고,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 중품·100g)은 2520원으로 5.0% 상승했다. 쌀(20㎏·이하 소매 상품 기준) 가격은 6만 1711원으로 1년 전보다 18.9% 뛰었다.
과자와 빵 등 주요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국제 밀가루 가격도 예년보다 껑충 뛴 상태다.
실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대형마트에서의 채소 값도 비슷했다. 장보려 온 50대 여성은 "상추, 깻잎값이 100g당 1천원씩은 오른 거 같다"며 "장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주위의 다른 고객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반찬거리를 사러 왔다는 40대 김모씨는 "온라인에선 시금치가 품절이고, 여기선 한 단 값이 주일새 1천원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달걀은 수급 불안정으로 7개월째 1인당 판매량을 1판(30개들이)으로 제한했다.
신선·가공 식품도 가격 인상 러시를 이루고 있다.
생활필수 공산품은 빵 등의 재료인 국제 밀값 상승과 함께 4차례의 긴급재난금 지급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탓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백신이 나오면서 경기가 좋아진 것도 요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 가운데 곡물 지수는 지난달 129.4포인트로 1년 전보다 33.8%나 올랐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1996년 이후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을 모니터링해 5개 품목군(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별로 매월 작성해 발표하는 지수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최근 가공식품 가격 인상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오뚜기는 8월 1일부터 진라면 등 라면 가격을 평균 11.9%, 농심은 같은 달 16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값을 평균 6.8% 인상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우리도 라면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8월 1일부터 홈런볼, 맛동산, 버터링 등 대표 과자 5종의 가격을 평균 10.8% 올린다.
앞서 CJ제일제당은 7월 1일부터 '스팸 클래식' 등 육가공 제품 20여종 평균 9.5% 인상했다. 오뚜기는 이달에잼류·식초·마가린 값을 약 10% 올렸다.
먹거리 가격 인상 러시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각 업체가 내세우는 것이 원자재값 상승이지만 라면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지난해 매출이 굉장히 증가했다"며 "정부가 주요 식품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보고 상황이 괜찮다면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란 등 가격 상승 폭이 큰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살처분으로 공급이 모자란다면 적극적으로 수입량을 늘리는 등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풀어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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