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 아파트 택배 거부 시위에 저상차 기사들이 왜 참여?

강하늘 승인 2021.04.17 15:10 | 최종 수정 2022.03.10 20:47 의견 0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지상 출입을 막아 논란이 됐던 서울 강동구 A 아파트의 ‘단지 앞 배송’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단지 앞에 배송하는 시위는 중단하고 투쟁 전술을 다른 방식으로 전환해 단지 앞에서 농성과 촛불집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택배 업체는 전날까지 택배 물품을 주문자의 집 앞이 아닌 단지 앞에 두었다.

▲ 택배기사와 주민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택배 노조 제공

택배노조는 시위 강도를 높인 이유로 “단지 앞 배송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비난, 항의, 조롱 등의 과도한 항의문자와 전화가 쏟아지면서 일부 조합원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배 업계는 “노조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해당 아파트를 담당하는 택배기사 대부분은 시위에 동참하지 않고 있고, 이는 배송 거부를 계속하다간 앞으로 물량 받기가 힘들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전했다.

이 사태가 왜 이렇게 꼬였는지 전말을 들여다봤다.

이번 사태는 강동구의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 1일 '앞으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택배 기사들에게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택배 차량은 지하 주차장으로 다니라는 것이었다.

지난 2016년 착공한 A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높이가 2.3m로, 화물칸 천장 높이가 낮은 저상 택배차만 드나들 수 있다. 천장 높이를 높인 2018년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전국 대부분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도 2.3m다.

그러자 지난 8일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상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단지 앞까지만 물품을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입대회 측은 “단지 자체가 애초 지상에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만들어졌고 해당 내용을 이미 지난해 3월부터 택배 업체에 고지해 차량 교체 시간을 충분히 줬다”며 “인근 단지 대부분이 지상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 아파트만 문제를 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택배노조는 이에 지난 14일 집앞 배송 거부로 시위를 시작했다.

택배 상자들이 단지 앞에 쌓이기 시작했지만 시위 참여 택배 기사가 극히 일부여셔 대부분의 주민은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 단지는 4900여가구로, 이 단지에 드나드는 배송 차량은 20대가 넘는다. CJ택배가 7대, 한진·롯데·우체국택배 2대씩, 쿠팡이 물량에 따라 5~6대, 마켓컬리가 2대다. 이번 시위 참여 택배차는 롯데와 우체국택배 4대뿐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택배 기사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노총의 조직 확장을 위해 빚어졌다고 보고 있다.

우체국택배는 배송 기사 대부분이 민노총 산하인 택배노조 소속이고, 롯데 배송 기사 1명도 택배노조원이다. 특히 시위에 참여한 4명의 차량은 모두 저상 차량이다.

시위에 고작 4명만 참여하자 1차 기자회견에서는 이 아파트와 상관 없는 지역에서 배송하는 ‘하이탑’(화물칸 천장이 높은 차량) 택배차 노조원이 연단에 서기도 했다.

택배노조가 오픈한 자료에도 전국에서 179개 단지가 A 아파트처럼 지상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생한 택배 기사의 잇단 과로사 국면에서 주도권을 장악해 처우를 개선하고 조직의 세를 불리기 위해 이번 사태를 기획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의 택배 기사가 5만 5000명인데 노조원은 5000명에 그쳐 가입율은 10%에 못 미친다. 민노총 택배노조는 한 신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에게 집 앞 배송 거부에 동참해달라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택배 기사들이 사실상 ‘자영업자’여서 시위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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