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에서 배우는 지혜] 당동벌이(黨同伐異)

정기홍 승인 2021.07.16 21:37 | 최종 수정 2021.12.15 17:34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사자성어에서 지식을 깨우치는 한편으로, 지혜를 배우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사자성어가 던지는 생활의 지혜는 작을지라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두번째로 당동벌이(黨同伐異)를 택했습니다. 지금의 시대상에 맞다고 생각한 결과입니다. 한자의 뜻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무리 당(黨)-한가지 동(同)-칠 벌(伐)-다를 이(異)입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다른 무리에 속한 사람들을 무조건 흠집 내고 무너뜨리려는 행태'를 뜻합니다.

요즘의 입방아로 하면 상황 판단에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좋고 나쁨'만 있습니다. 이것이 과해지거나 집단화 하면 조직과 사회는 이분화 하고 질시를 넘어 멸시까지 하게 되겠지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상대를 무조건 쓰러뜨려야 합니다.

당동벌이(黨同伐異)는 후한서(後漢書)의 당동전(黨同傳)에서 나온 말입니다. 환관과 외척, 그리고 선비 간에 벌어진 정치적 알력을 담아낸 사자성어이지요.

진시황(秦始皇)이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하고 강력한 중앙 집권화를 이루니 권력은 황제에게 집중됐지요. 자연히 황제를 둘러싼 친위집단이 권력을 농단하게 되는데, 환관과 외척 간의 다툼이었습니다. 안 되는 국가의 세력 간 싸움질에서 항시 등장하는 무리들입니다.

이들과 달리 진나라 이후 통일국가였던 한(漢)나라는 유교국가여서 유학을 공부한 선비 집단이 주류였습니다. 그런데 왕망(王莽)이 제왕 자리를 찬탈하자 이들은 초야로 떠나 뜻을 같이하는 무리로 모였는데 이를 당인(黨人)이라 불렀답니다.

이어 후한 때는 화제(和帝) 이후 황제들이 어린 나이에 즉위해 황태후가 섭정을 하고 이 과정에서 황태후의 친인척인 외척들이 실권을 잡게 됩니다.

세월이 흐릅니다. 후일 장성한 황제는 이들의 전횡을 탐탁지 않게 여겨 친위세력을 키웠는데 이들도 또한 환관이었습니다.

환관들은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하답니다. 신분 때문에 스스로 거세한 사람들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집단 결속력이 유달리 강하고, 사회적 책임이나 정치적 경륜보다 자신들의 이해에 민감하고요. 따라서 이들이 권력을 쥐었으니 부정과 부패가 만연했겠지요.

유교적 교양을 쌓은 선비들이 환관의 농단으로 국정이 문란해지고 풍속이 타락해 가는 것을 방관만 하고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이들도 방대한 세력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선비 집단과 외척, 환관 세력이 서로 물고 물리는 정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른 집단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이를 가리켜 당동벌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좁게는 '당고(黨錮)의 옥(獄)' 이후 이응(李膺)을 중심으로 한 당인들이 유교적 지식계급 이외의 세력을 적대시하던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네요.

후한 말에 이르러 환관들은 외척과 선비 집단을 철저히 탄압하고 그 결과 지식인 관료 집단인 선비집단이 황실을 버림으로써 후한이 자멸하게 되었다고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한은 외척이 망쳤고 후한은 환관이 망쳤다고 합니다.

요즘 들어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노라면 어쩌면 이렇게 '딩동벌이'와 맞아떨어질까 하는 생각을 깊게 합니다. 우리 정치권도 이젠 여와 야를 가릴 것 없이 바꿔야겠습니다. 맨날 우격다짐 하고선 국민 앞에선 썩은 웃음 짓는 '당파정치'가 많이, 너무 오래 지겹습니다. 요즘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밝혔었지요. 4년간의 정책을 보면 저 문구와 맞는 것은 거의 없지만, 나름 식자층이란 기자도 대별이 제대로 안됩니다. 저 글 자리에 옹고집만 가득찬 듯합니다. 당동벌이 측근들 때문인가요?

저는 이 문구를 수십차례 입에 넣고 외우려고 노력했는데 아직도 헷갈립니다. 예컨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정의롭고 결과는 공정해야…'식으로 입에서 나옵니다. 국민들 헷갈리라고 일부러 저렇게 주입했을까요? 당동벌이(黨同伐異)들이 꽤 설치는 요즘입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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