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시중에 생굴이 안 보인다

여름 장마 빈산소수괴 영향 생산 급감
굴 산지 가격, 예년보다 40~50% 급증
2년생 월하굴 대량 폐사 후유증 커

강하늘 승인 2020.11.02 13:20 | 최종 수정 2021.12.26 20:00 의견 0

찬바람이 나는 이맘때 '바다의 우유'로 불리며 별미로 사랑을 받는 굴 가격이 천정부지다. 가격이 지난 해보다 40~50% 올라 있다.

최대 굴 생산자 단체인 경남 통영의 굴수협 등에 따르면 지난 달 22일 초매식(첫 경매)때 10㎏들이 1상자 평균단가는 10만 6000원에 거래됐다. 지난 해 7만원보다 51.4% 폭등한 수준이다.

이후 생굴 산지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했다. 23일엔 10kg들이 1상자가 평균 12만 8000원을 기록했다. 최고가는 14만 8000원을 찍었다.

10일 이상 평균 10만원을 넘기고 있다. 이는 조합 공판장 개장 이후 10월 위판 가격으로는 역대 최고다. 평년보다 높았던 지난 해와 비교해도 40% 이상 급등했다.

여름 긴 장마 영향이 가장 컸다.

굴 산란기인 지난 6~8월 역대 최장 장마로 인해 경남지역의 양식장에 빈산소 수괴(산소 부족 물 덩어리) 현상이 발생해 양식장이 초토화됐다. 굴만 아니라 홍합,가리비, 멍게 피해도 컸다.

빈산소 수괴란 장마때 육지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이 빗물과 합쳐져 만들어진 밀도층이 해수면 아래의 산소 투과를 방해하는 현상이다. 바닷속 용존산소 농도를 3㎎/ℓ 이하로 떨어뜨려 양식 수산물이 질식하는 원인이 된다.

진해만 일대 양식장(2229ha)은 절반이 넘는 1225ha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공식 집계 피해는 941건, 101억 5600만원에 이른다. 이 중 절반 이상이 굴 양식장이다. 경남지역 전체 굴 양식장의 20%에 해당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생굴 생산량은 73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줄어들었다.

특히 2년생 굴인 월하굴이 대량 폐사해 후유증이 심하다. 알맹이가 커 출하 초반 물량을 담당한다. 올해 초 입식한 1년생 굴이 성장하는 동안 부족한 공급량을 채워주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굴 소비량이 크게 감소하자 지난여름 양식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굴은 양식업자가 채취 시기와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팔지 못한 굴이 해를 넘겨 '월하굴'(입식 2년차 굴)로 팔린다.

굴 양식업계는 초매식을 기점을 이듬해 6월까지 8개월여 간 생굴을 생산한다.

하지만 생산 어민들은 반대로 걱정이다. 가격이 너무 높아 소비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올해는 김장철 수요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철 성수기는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서부터 남부지방의 김장이 마무리 되는 12월 말까지다. 올해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배추를 비롯한 김장 채수값이 크게 올라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굴 생산량이 줄어 출하 초기 가격이 급상승했다"며 "11월 초부터 본격 출하가 시작돼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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