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주운정 수사해봐서 안다. LH 의혹 곧바로 수사해야"

강동훈 승인 2021.03.07 20:15 | 최종 수정 2021.12.10 03:31 의견 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3기 신도시 경기 시흥지구 투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땅과 돈의 흐름을 쫓아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2005년 2기 신도시 당시 고양지청에서 파주 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정부 합동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조사로 시간을 끌면 증거가 인멸될 우려가 크다”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강조한 말이다.

조사 및 수사와 관련, 토지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사람(LH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할 게 아니라 투자 가치가 큰 땅과 관련해선 돈의 흐름을 추적해 실소유주를 밝혀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로 있을 때 파주·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지청은 당시 운정지구 지정일 전에 토지를 매입한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위조한 8개 건설업체를 적발, 업체 대표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당시 투기꾼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하거나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등의 혐의로 공직자 27명을 적발해 7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1기 신도시 건설 때인 1990년에도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공직자 131명을 구속했다.

윤 전 총장은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의식해 조사수사를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며 “여든 야든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신속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의 LH 발언은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주도로 선(先)조사 후(後) 경찰 수사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선을 그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시중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사를 두고 "대대적, 엄벌 등 말 잔치만 하고 적당히 끝내려고 한다"며 의혹을 눈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합동조사단에 잠재적 수사대상인 국토교통부가 들어 있어 ‘셀프 조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이날 합동조사를 먼저 한 뒤 수사의뢰를 거쳐 수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현재 진행 중인 정부 합동조사 결과 투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수사 의뢰, 징계 등 무관용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사팀도 경찰이 주도하기로 한 상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특별수사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를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2기 신도시 수사로 대규모 부동산 투기 수사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검찰은 이번 LH 수사에선 배제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대상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축소돼 공공기관의 경우 임원급 이상만 검찰 수사 대상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5일 대검찰청에 사실상 검찰의 직접 수사를 배제하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그는 “각 지검·지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 검사를 지정한 뒤 경찰의 영장 신청을 신속히 검토하고 사건이 송치되면 엄정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신청 등 경찰 수사를 지원하는 역할만 하되 사건을 송치한 뒤에 기소와 공소 유지에 전념하라는 뜻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복잡한 자금 추적이나 실소유주 검증 경험 등이 검찰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게 되면서 벌써부터 부실 수사를 우려하고 있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