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찬 이슬이 내려 맺힌다는 한로(寒露)입니다.
'찰 한, 이슬 로'. 젊은 사람들은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라 생각해 써보았습니다.
한로를 조금 딱딱한 글로 설명하면, 24절기 중 17번째(추분(秋分)과 상강(霜降) 사이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는 시기입니다. 음력으론 9월이고 바깥 공기가 선선해지면서 이슬(한로)이 찬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라고 합니다.
따라서 한로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 상강과 함께 가을 절기에 해당합니다.
중국인은 한로 15일간(1년을 24절기로 나눔)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죠.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줄고 조개가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했답니다.
* 기러기는 겨울 철새라 날이 추워지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고 국화가 핀다는 것도 가을이 왔다는 뜻입니다. 여름내 먹이(벌레 등)를 풍족히 먹다가 날이 차가워져 벌레가 줄어드니 참새가 준다는 것이겠고, 조개가 나온다는 것은 참새가 줄어드니 강, 바다에 먹잇감이 많아지면서 조개가 먹으려고 나온다는 뜻이겠다 싶네요. 자신은 없습니다(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봤으나 시원한 글이 없습니다).
아무튼 고려사(高麗史) 기록에도 “한로는 9월의 절기이고.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에 국화꽃이 누렇게 핀다”라고 적어 중국의 기록과 비슷합니다.
* 여기서에서의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는 뜻은 참새가 먹이가 줄어들어 물가에 들어가 입을 벌린다고 해석해야 할까요. 이처럼 중국의 문화와 해석 차이가 나는 걸 자주 봅니다. 아는 독자분들이 조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시기는 또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기에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이라 합니다. 전철을 타고 가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을 보면 곧 추수가 시작될 듯합니다.
또한 여름철 꽃보다도 짙은 가을 단풍이 들고, 제비와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입니다.
한로는 중국 명절인 중양절(9월 9일)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아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 고향을 바라본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한시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이는 높은 산에 올라가 머리에 수유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고 수유 열매가 붉은 자줏빛을 띠어 양의 색으로 마귀를 쫒는 벽사력(辟邪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련해 수유 주머니를 찬다는 말도 전해지는데 이는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함이고, 국화가 피는 시절이라 국화주를 마시는데 노화를 막기 위한 것이란 기능적 해석도 있습니다. 이 때 여염집에선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은 한로와 상강에 추어탕(鰍魚湯) 즐긴다는 것입니다. 이는 세월 가는 때에 따라 먹는 시식(時食)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여름 복날 먹는 삼계탕 등 보양식처럼 말입니다. 추자를 '가을 추(秋)'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꾸라지 추자입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선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우는데는 최고라고 합니다. 가을에 누렇게 살찐 가을 고기라 해서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고 했답니다. 오늘 점심은 미꾸라지탕이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속담도 있네요.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따뜻한 남쪽나라로 간다는 뜻). 가을 곡식은 찬이슬에 영근다(아침나절 찬이슬이 내리는 가을엔 하늘이 구름 한점 없이 맑고 높아, 한낮 따가운 햇볕에 벼 등 오곡백과가 잘 익는다는 뜻)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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