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직접 쓴 "좀스럽다" 글 논란 증폭

직접 글 올려 양산 사저는 "합법적" 주장

정기홍 승인 2021.03.13 12:06 | 최종 수정 2021.12.12 09:50 의견 0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와 관련해 직접 쓴 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맞물리면서 관심과 함께 논란을 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사저 논란에 대해 이례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퇴임을 1년여 남긴 문 대통령은 양산에 퇴임 뒤에 살 사저를 짓기로 하고 땅을 사놓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등은 그동안 사저 건립과 관련, "영농계획서를 내고 형질변경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지만 영농계획서가 편법"이란 주장해왔다.

농민단체들도 최근 청와대 앞에서 "농지법은 영농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상당수 영농 사실을 추후에 확인하지 않아 법이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는 농지법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은 농지를 살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글에 여권에선 "대통령의 참아왔던 분노가 터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최근 문 대통령 딸 다혜씨와 처남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산 사저까지 논란이 되자 직접 나선 것이란 말이다.


다혜씨는 2년 전 자신이 살지 않는 서울 양평동 집을 매입했다가 최근 되팔아 1억 4000만원의 차익을 본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주택은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주변에 있고, 다혜씨가 매입한 뒤 주변이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됐다. 처남도 과거 소유했던 경기 성남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내 전답(田畓)이 LH에 수용되면서 47억원의 토지보상 차익을 거둔 사실이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트위터에 "대통령님, 국민들 그리 쉽게 속지 않습니다. 너무 염려 마십시오"라고 썼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문 대통령 글에 '대통령의 분노'라고 평했고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거짓말하던 선동꾼들이 오늘날 정치판에 좀비처럼 살아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야당의 생각은 달랐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처분도 못 하는 땅인데 문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에 대해 그토록 핏대를 세웠나"라면서 "온갖 현안에는 침묵하다가, 본인의 사저 얘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해가며 항변하는 모습이야말로 민망하다"고 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의 글에 "저도 민망하다. 11년 경력의 영농인 대통령님"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경호 때문에 땅을 처분할 수 없어서 괜찮다고 하시는 것 같다"며 "나중에 대통령께서 자녀들에게 상속해줄때는 이 문제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어 "영농인 경력 11년을 계속 지적해왔는데, 봉하마을을 보면 뭘 알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혹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영농 경력을 바탕으로 농지를 취득하셨다는 말씀이신지, 그냥 노 전 대통령 이야기는 지지층에게 보내는 신호로 등장시킨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LH 불법 투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국토부 장관은 사표를 쓰고 LH 간부가 극단적 선택한 날, 국민들은 이 허탈과 분노를 달래줄 대통령의 공감, 사과, 위로의 말을 기대했다"며 "그런 국민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고작 본인 소유부지에 대한 원색적인 분노의 표출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에는 저렇게 화를 내는데 국민의 분노는 왜 공감하지 못하는가”라며 “정말 실망”이라고 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문 대통령의 글에 대해 "감정조절 장애에 걸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농사를 짓겠다며 566평의 농지를 취득해놓곤 1년도 되지 않아 대지로 전용해 1100평의 땅에 집을 짓는 것은 대통령의 특권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지를 대지로 변경하는 것이 그렇게 쉽다면 수많은 국민이 농지를 사서 집을 지을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결코 '좀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또 "대통령의 친인척인 처남이 그린벨트에 투기해 47억원의 차익을 얻은 것도 좀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며 처남의 차익도 불법적 수익은 환수하겠다고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처남의 그린벨트 땅 차익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귀농하겠다고 농지 구입한 뒤 사저 용도로 형질변경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일반 국민의 귀농귀촌 절차와 다르지 않다고 해명해 놓고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농지를 대지로 변경한 것은 명백히 국민을 속인 꼼수이고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또 "농지를 매입할 때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을 11년으로 기재했는데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누구도 믿기 힘들 허위 농부 경력"이라고 지적했다. "아휴~ 넘 무섭습니다요"란 반응도 보였다.

청와대 참모들은 글 게시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참모들이 말렸지만 쓰겠다는 의사를 밝히신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누리꾼들은 해명 시점이 좋지 않았다고 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기업 직원 등의 땅 투기에 공분하는 상황에서 국정 통치자로서 사과하고 자숙해야 할 때임에도 개인의 사저 문제를 이슈로 글을 썼다는 것은 시점을 잘못 짚은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이날(12일)은 LH 간부가 땅 투기와 관련해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한 누리꾼은 문 대통령이 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글에 "사저 건은 선거 한참 전에 제기된 사안이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온갖 프레임을 짜서 국민을 현혹하고 지지층을 결집한 게 누군데"라며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지자 결집용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한 언론을 통해 "가뜩이나 LH 사태 대책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고 민심이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본인 의혹을 갖고 감정적 호소를 하는 건 민심에 불을 지르는 것 아니겠나"라며 "대통령 사저 의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청와대에서 대신 해명하면 될 일인데 직접 나선 건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에는 글을 쓴 이틀 후인 13일 오후 2시 7000여개 댓글이 달렸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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