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정원 손질 회장과 부장 이야기

정기홍 승인 2021.09.08 23:05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정원 손질 회장과 부장 이야기>

 

 

한 중년 여인이 어린 남자 아이를 데리고 어느 대기업 건물 앞 정원의 벤취에 앉아 성난 표정으로 아이를 훈계하는 중이었다.


마침 근처에서는 노인분이 정원의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 여인이 핸드백에서 화장지를 꺼내더니 노인이 일하는 쪽으로 휙 던졌다. 노인은 황당한 표정으로 여인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여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심드렁하게 노인을 쳐다봤다.


노인은 아무 말없이 화장지를 주워 쓰레기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잠시 후, 여인은 아이 코를 훔친 화장지를 또 던졌고 노인은 역시 묵묵히 화장지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다.

 
노인이 막 손질용 가위를 집어 드는 순간 세 번째 화장지가 그의 눈 앞에 툭 떨어졌다.  

 

여인의 무례한 행동이 반복되는 동안 노인은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여인이 아이에게 나무를 손질하는 노인을 가리키며 "너 봤지? 어릴 적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저 할아버지처럼 미래가 암울해져. 평생 저렇게 고단하게 비천한 일을 하며 살게 돼"


노인은 가위를 내려놓고 그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부인, 이곳은 회사 소유의 정원이라 직원들만 들어 올 수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전 이 회사 소속 계열사의 부장이에요. 산하 부서에서 일한다구요."


그녀는 목에 잔뜩 힘을 준 채 거만하게 신분증을 흔들어 보였다.

 

"휴대전화 좀 빌릴 수 있겠소?" 

 

여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노인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여인은 이 기회를 이용해 아들에게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저렇게 나이가 들었는데 휴대전화 하나 없이 궁색하게 사는 꼴 좀 봐라. 저렇게 안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해. 알았지?"


노인은 통화를 끝낸 후 휴대전화를 여자에게 돌려주었다.

 

잠시 후, 한 남자가 급하게 달려와 노인 앞에 예의를 갖추었다.


노인은 남자에게 지시했다. "저 여자를 해고시키게." "알겠습니다. 지시하신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노인은 아이 쪽으로 걸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하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란다."


그는 그 자리를 떠났다. 

 

여인은 눈앞에 벌어진 뜻밖의 상황에 너무 놀랐다. 달려온 남자는 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임원이자 그녀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여인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어째서 저 정원사에게 그렇게 깍듯이 대합니까?" 

 

"무슨 소리야? 정원사라니? 저 분은 우리 회장님이셔."


"뭐라고요? 회장님?" 

 

여인은 질린 얼굴로 벤치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괄시! 반대는 무엇일까요? 존중이겠네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은 참 괜찮은 처세술입니다. 신분과 직업의 귀천에 상관없이요. 그런데 잘 안 돼요. 상대에 따라 존중의 기준이 바뀐다면 비루하고 비천한 처세술이겠지요.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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