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4일)은 1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단오날

정기홍 승인 2021.06.14 11:46 | 최종 수정 2022.06.12 17:22 의견 0

오늘(14일)은 음력으로 5월 5일 단오(端午)입니다.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오(午)는 다섯 개라는 뜻으로 초닷새를 이릅니다.

다른 말로 천중절(天中節), 오월절(五月節), 중오절(重五節), 술의(戌衣)로도 부릅니다. 순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 합니다.

이때가 1년 중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시기입니다. 또한 한여름을 맞기 전인 초하(初夏)의 계절이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를 지내는 풍습이 전해옵니다.

단오는 동아시아의 명절로, 중국·일본에서도 이날이 단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날, 추석, 한식과 함께 4대 명절로 쳤습니다. 요즘은 아니지만 정월대보름과 동지도 비견할만한 큰 명절이었습니다.

▲ 신윤복의 단오도.

■ 명절의 유래

명절은 계절적인 요소와 민속적인 요소가 포함된 우리 민족의 전통 축제일입니다.

조상들은 농경사회인 예부터 계절에 따라 좋은 날을 택해 여러 행사를 가졌는데 이들 행사가 시간이 흐르면서 명절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오래 전에는 명절같은 행사가 거의 다달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정월의 설과 대보름, 오월 단오, 팔월 추석 말고는 대부분 명절의 의미를 잃고 기억할만한 날로만 남게 됐습니다.

■ 단오의 유래

단오의 유래는 중국 초나라 회황 때라고 합니다. 굴원은 회황의 충신이었는데 회황이 죽고 양황이 새 임금이 되자 간신의 무리가 굴원을 모함해 귀양을 보냈다고 합니다.

억울해 하던 굴원은 초나라마저 망하자 심한 충격을 받고 ‘어부사(漁父詞)’ 등 여러 편의 글을 지어 놓고 음력 5월 5일 큰 돌덩이를 안고 멱라수(覓羅水)란 강에 빠져죽었답니다.

후세 사람들은 해마다 이날 대나무통에다 쌀을 넣고 소태나무 잎으로 감아 물속에 던져 굴원의 영혼을 위로했고 그의 영혼을 건진다며 배로 강을 건너기도 했다고 전합니다. 이 풍습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단오가 됐다네요. 대나무통에 소태나무 잎을 감은 것은 고기들이 먹지 못하게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단오는 고대 마한 때부터 봄 파종이 끝난 음력 5월에 모여 신에게 제사하고 가무와 음주로 밤낮을 쉬지 않고 놀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기록으로 미루어볼 때 단오는 절기상 봄농사를 마치고 잠깐의 휴식기를 가지며 신에게 제사도 지내고 흥겹게 놀며 풍요를 기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단오의 다른 말인 술의(戌衣·수리)는 '신(神)'이란 뜻과 '높다'는 뜻으로, 이를 합쳐 '높은 신이 오시는 날'을 의미한답니다.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단옷날 산에서 자라는 수리취(戌衣翠) 나물을 뜯어 떡을 해 먹기도 하고 쑥으로 떡을 해서 먹었다고 합니다. 그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둥글어 수릿날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조선 후반기에 쓴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수뢰(水瀨)에 밥을 던져 굴원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있어 수릿날로 부르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 단오풍정(端午風情)

단오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모시는 날이어서 큰 명절 중의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때문에 여러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대표적인 민속놀이는 그네뛰기와 씨름입니다.

여자들은 이날 창포를 삶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며, 남성들은 활쏘기를 하고 씨름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날엔 주로 향이 강한 창포·쑥잎·익모초 뜯기,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 창포 뿌리를 잘라 만든 비녀(단오장) 머리에 꽂기 등을 했답니다. 향이 강한 잎은 악귀와 병마를 물리치려는 것이겠고,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는 대추가 막 열리기 시작하는 때여서 더 많이 열리게 하려는 염원에서 한 것이겠고요.

창포잎으로 담은 물에 머리를 감거나 쑥떡을 먹는 풍습이 이로 인해 생겼겠네요. 또 집의 문 앞에 쑥잎으로 만든 인형이나 호랑이를 걸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네와 관련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단오 전에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추렴해 그네를 만들고 남녀노소가 고운 옷을 입고 그네를 뛰었다고 합니다.

맨손으로 승부를 가리는 수박(手搏)을 놀이로 만든 수박희라는 것도 했습니다. 편을 나누어 돌을 던지며 싸우는 석전(石戰)이라는 놀이도 했다고 하고요.

단오에는 여자들이 치장을 많이 하는데 이를 단오장(端午粧)이라 부릅니다.

단오장은 창포를 넣어 삶은 물로 머리를 감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창포의 특이한 향기가 나쁜 귀신을 쫓으며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 윤기가 나고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믿었답니다.

우리의 전통놀이인 씨름은 남자들이 즐겼습니다. 씨름을 단오뿐만 아니라 다른 명절에도 했지만 단오씨름이 으뜸입니다. 이유는 1년 중에서 이 무렵이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힘이 세지는 시절이니 누가 더 센가 내기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비실비실한 약골이 어디 겨루기 말을 꺼낼 수는 없겠지요.

또 무렵이면 여름이 시작돼 더위를 떨치려고 부채를 사용습니다. ‘단오의 부채는 관원이 아전에게 나누어 주고 동짓날의 달력은 아전이 관원에게 바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단오는 또한 조상의 묘에 성묘를 가는 날이기도 합니다.

■ 단오 음식

단오에는 몸을 보양하고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미로 수리취떡, 앵두화채, 제호탕 등을 먹었습니다. 뭉뚱그려 단오떡(수릿떡)이라고 합니다.

수리취떡은 이 중에서 대표적인 단오 음식입니다. 수리취는 우리나라 전역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산나물의 왕으로 불릴만큼 영양이 풍부합니다.

앵두화채와 제호탕도 있습니다. 둘 다 여름의 더위를 잊게 하고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입니다. 요즘으로 보면 후식으로 먹는 것이지요.

단오 때 익는 앵두는 제철 과일이라 하여 따서 조상에게 바치고 제사를 지냈는데 이를 단오절사(端午節祀)라고 한다고 하네요.

궁중에서도 신하에게 앵두를 나눠주었답니다.

한양(서울)에서는 앵두와 관련한 놀이도 있었네요. 남녀들은 성북동 등에 가서 놀았는데 이를 앵두회라 부릅니다.

제호탕은 여러 한약재를 갈아 꿀을 넣고 끓인 청량음료의 일종입니다. 여름철 기력을 보강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해 단옷날이 되면 임금님께 바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 지역 행사

과거 전통사회에서의 단오 풍속은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려는 지혜와 신체 단련 놀이, 풍농을 소망하는 의례 등이 전해집니다.

마을마다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이는 주민들의 일체감을 고취시키는 의례로 풍년과 화복을 빌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군현마다 단오제가 있었다는데 지금도 강원 강릉단오제와 전남 영광 법성포단오제가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강릉단오제입니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3월 20일 제사에 쓰일 신주(神酒)를 빚는 것을 시작으로 단오 다음날인 5월 6일의 소제(燒祭)까지 50여 일이 걸리는 큰 행사입니다.
강릉단오제는 민속축제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맥을 이어온 것은 어르신들과 무녀들이 소규모라도 빼놓지 않고 단오제를 치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릉단오제는 단옷날을 전후해 열리는데 산신령과 남녀 수호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대관령국사 성황 모시기, 강릉 단오굿, 전통 음악과 민요 오독떼기, 관노가면극(官奴假面劇), 시 낭송 및 민속놀이가 펼쳐집니다.

강릉단오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이며 지난 2005년 11월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됐습니다.

법성포단오제는 마지막날 저녁에 풍등을 띄웁니다. 소원을 빌면서 열기구와 비슷한 원리로 불을 붙인 풍등을 하늘로 올립니다.

서울 영등포에서도 단오축제가 열리는데 서울에서 가장 큰 단오행사로 전국적인 축제라고 하네요.

※ 더불어 팁
단오는 1년 중 인간이 태양신을 가까이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입니다.

또한 음양사상에서는 홀수를 양(陽)의 수, 짝수를 음(陰)의 수라고 해 양의 수를 상서로운 수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양수가 겹치는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은 모두 홀수의 월일이 겹쳐 길일로 여겼습니다. 조상들은 이런 날이면 어떤 일을 해도 탈이 생기지 않는다고 여겼답니다. 지금도 이 풍습은 이어져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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