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시장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코로나 '집콕' 분위기를 타고 최근 1년새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 극장 대신 안방에서 OTT를 찾으면서 극장을 넘어 TV 역할도 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했다.
Over The Top에서의 'Top'이 셋톱박스를 뛰어넘는다는 뜻이니 실제 유료방송 시장을 잡아먹고 있다는 의미다. 넓게는 셋톱박스의 유무를 떠나 웹(인터넷) 기반의 모든 영상 서비스를 포함하는 의미로 쓰인다. OTT의 시장 확대는 전체 미디어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정도다.
◇ 시장 현황
30일 온라인동영상 업계에 따르면, 세계 OTT 시장 유료 가입자는 최근 2억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세계 OTT 시장 규모가 적게는 4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64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국내 시장도 2016년 3060억원에서 2019년 6345억원으로 두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동영상 시장의 40%를 차지했다. 올해도 시장은 7801억원으로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는 크게 미국의 넷플릭스와 국내 업체인 웨이브, 티빙 등이 시장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넷플릭스는 40%(637만 가입자), 웨이브 21%(344만), 티빙 14%(241만) 였다. 티빙은 5위에서 3위로 치고 올랐다. 이 외에 시즌 11%, U+모바일tv 9%, 왓챠 5% 등이다.
여기에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이 지난해 말 가세하면서 국내 OTT 시장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글로벌 2강 체제로,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플레이도 이미 올해 국내 진출을 예고해 놓았다. 국내 통신3사와 제휴를 추진 중인데 LG유플러스와 KT와의 협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OTT 시장은 현재 통신사(웨이브, 시즌), 영화사(티빙), 포털(네이버, 카카오), 유통업체(쿠팡), 테크기업(왓챠), 글로벌 기업(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여러 분야의 사업자가 진출해 있다. 지원 미디어 콘텐츠 형태도 영화, 드라마 같은 롱폼 콘텐츠, 웹 예능, 스넥 콘텐츠 같은 숏폼 콘텐츠, 라이브 채널 등 다양하다. 서비스 방식도 유료와 무료 방식이 혼재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타킷팅이 힘든 정글 시장인 셈이다.
◇ 넷플릭스 '옥자'가 인지도 높여
국내외 시장은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상황이다. 국내도 넷플릭스의 선호도가 꽤 높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1월 7일 국내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요금은 7.99달러(약 8500원)부터였고, 한달은 무료 서비스를 했다. 한동안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극장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넷플릭스는 시장의 40%, 344만 국내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강점은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등 다른 OTT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를 보유한다.
여기에 넷플릭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구독을 끌어들이고 있다. ‘스위트홈’ ‘인간수업’ ‘킹덤’ 등 국산 오리지널 콘텐츠가 인기다. K-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흥행하자 한국 시장에 공격적 투자를 하며 오리지널 시리즈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미뤄진 영화도 상영하고 예능, 드라마 콘텐츠도 자체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법인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Ltd’를 설립했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은 "넷플릭스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고, 같은 유료인데도 IPTV와 케이블방송과 달리 광고가 없어 방송을 틀면 곧바로 본방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시장을 넓힌 이유를 들었다.
◇ 카카오-쿠팡, 시장에 도전장
국내 토종 OTT 시장은 최근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과 포털 카카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쿠팡은 싼 가격으로, 카카오TV는 무료로 서비스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존 다른 서비스와 묶어놓으려는 전략 정도의 행보만 보이고 있다.
쿠팡은 싱가포르 업체인 훅(Hooq)을 인수, 지난해 12월 영상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쿠팡은 이용자가 약 1800만인 국내 최대 쇼핑 앱이다. 쿠팡이 출시한 ‘쿠팡플레이’는 멤버십 가입자에게 월 2900원에 무료 로켓배송과 동영상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OTT 서비스다.
OTT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쿠팡플레이가 내세운 매력은 파격적인 구독료다. 넷플릭스나 왓챠, 웨이브, 티빙 등의 OTT 서비스보다 가격이 싸다. 넷플릭스 구독료가 월 9500원, 왓챠가 79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월등한 차이가 난다. 또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은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배달앱인 쿠팡이츠와 로켓배송 이벤트처럼 수익보다 사용자들을 쿠팡에 묶어두기(로크인)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으로 추측된다.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나 화질도 나쁘지 않지만 보유 콘텐츠는 방영이 끝난 드라마와 개봉을 한 영화 위주로 아직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쿠팡의 이 같은 행보는 아마존을 따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이 ‘프라임비디오’로 OTT 시장에 진출했듯 쿠팡도 쿠팡플레이로 시장에 진출해 아마존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OTT 서비스로는 돈 벌 생각이 없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 전략을 구사 중이다.
싼 OTT 가격에 빠른 배송 서비스는 쿠팡과 아마존의 공통점이다. 쿠팡플레이 이용자가 머지않아 국내시장에서 넷플릭스 시장을 뺏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 2018년 미국 업계에서는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전자상거래 강자인 아마존이 특정 업계에 진출하면 해당 분야 기업들이 줄도산한다는 뜻이었다.
아마존은 지금도 다양한 상품과 빠른 배송, 싼 가격을 무기로 각 분야를 독점해가고 있다. 시작은 책과 전자제품 판매였지만 곧이어 부동산 중개, 콘서트 티켓 발권, 은행업, 대형마트, 유기농 식품, OTT 등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이로써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온라인 소비 지출의 40%를 장악했다. 영업이익보다 시장 지배를 목표로 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 쿠팡플레이-넷플릭스 차이점
쿠팡플레이는 서비스만 보면 넷플릭스와 유사하다. 1개 계정으로 최대 5개 프로필을 만들 수 있고 계정별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아동용 콘텐츠만 모아둔 키즈 모드 제공도 넷플릭스와 같다.
하지만 아직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 ‘라라랜드’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시리즈’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금쪽같은 내새끼’ 등 익숙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국내 드라마가 대부분이고 양도 경쟁 서비스보다 적다.
OTT는 유튜브나 틱톡 같은 쇼트폼(짧은 형식)의 플랫폼이 아닌 30분 이상의 콘텐츠 서비스다. 재미있는 콘텐츠,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는 OTT 서비스의 필수다. 조만간 전용 콘텐츠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해 놓고 있다.
◇ 디즈니 곧 국내 출격
최근 올해 국내 진출 계획을 밝힌 미국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가 크다.
디즈니,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마블 등 디즈니플러스가 보유한 어마어마한 양의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이 넷플릭스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세계시장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8000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는 미국내 가입자의 32% 수준으로 론칭 1년여만에 이룬 큰 성과다. 국내 OTT 서비스 업체로서는 또다른 큰 산이 될 수 있다.
◇ 토종 OTT들은 어떨까
영화 전문인 왓챠는 한때 풍성한 영화 아카이브를 자랑했다. “넷플릭스에 없는 영화는 왓챠에 가면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다큐멘터리나 키즈 애니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요즘에는 영화보다 단독 해외 드라마로 주목을 받는다. 영국 BBC의 ‘킬링 이브’ 시리즈, 미국 HBO의 ‘체르노빌’ 등이 관심을 끌며 이용자를 모았다. 단독 해외 드라마는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다. 하지만 왓챠만의 오리지널 시리즈 부재는 약점이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들과 함께 설립한 국산 OTT 서비스다. 영화와 해외 드라마도 있지만 주로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TV방송 콘텐츠를 다룬다.
콘텐츠는 국내 방송이지만 소비자는 글로벌을 지향한다. K-드라마, K-예능 인기가 높은 아시아와 미주지역에 서비스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웨이브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조선로코-녹두전’ 같은 화제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도 선보였다. 하지만 인기 많은 채널, CJ계열 방송, SPOTV 등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무료 OTT 서비스도 있다. 카카오TV는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및 영상 플랫폼이었지만 지난해 9월부터 자체 제작한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OTT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이 많은 유튜브 정도로 여겨진다.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선 ‘연애혁명’ ‘도시남녀의 사랑법’ ‘며느라기’가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예능 콘텐츠를 늘리는 등 더 많은 콘텐츠를 공개할 계획이다.
◇ 이제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승부처
향후 OTT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 살아남기 어려울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매주 국내외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드라마와 영화 시리즈를 선보인다. 국내 진출을 앞둔 디즈니플러스도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흥행이 입증된 ‘스타워즈’나 마블의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항해 국내 OTT 서비스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만들기에 나서지만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콘텐츠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넷플릭스란 공룡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최신 트렌트를 반영한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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