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한 바가지의 물과 물펌프

정기홍 승인 2021.07.19 16:30 | 최종 수정 2021.12.19 02:34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한 바가지의 물>

사막 한 가운데 폐허나 다름없는 주유소가 있고 거기에는 물펌프 하나가 남아있었다.

지친 나그네가 타는 목마름으로 주유소의 물펌프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한 바가지의 물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팻말이 있었다.

“이 물펌프 밑에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른 사람은 이 펌프 물로 목을 축이고 가셔도 좋습니다. 단 한가지, 펌프 앞에 놓은 바가지 물만은 마시면 안 됩니다. 이 물을 펌프 안에 넣어 펌프질을 해야만 지하의 물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퍼올린 물로 목을 축이셨으면 떠나기 전에 잊지 말고 바가지에 한가득 물을 퍼놓고 가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올지도 모르는 또다른 나그네를 위해서입니다”

짧은 내용에 당연해보이는 글이지만 정말이지 이 글대로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일이다.

이 나그네에게 펌프 물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앞서 다녀갔던 사람들이 팻말의 충고대로 바가지의 물만은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이 펌프를 거쳐간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팻말의 충고를 무시하고 타는 목마름에 벌컥벌컥 바가지의 물을 마셔버렸다면 사막의 유일한 펌프는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물을 뿜어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마중물론이다.

이곳을 거친 모두는 목마름을 참고 바가지의 물을 마시지 않았다. 이는 우리가 아는 질서이기도 하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은 또다른 의미도 있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은 지하의 시원하고도 무한한 물을 뽑아올릴 수 있다. 무한한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원동력, 즉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힘이 되는 근원인 것이다.

우리의 오늘도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한 바가지의 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에서는 좀 더 편리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누구는 자신의 명예보다 사회와 조직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목마름에 사경을 헤맬 듯 지친 이 나그네는 팻말 앞에서 잠시 생각했을 것이다. 순간 잃기 쉬운 판단력을 놓지 않고 바가지의 물을 펌프 안으로 부어넣고는 열심히 펌프질을 했다.

마침내 펌프에서는 맑고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나왔고, 그 물로 마음껏 목을 축인 나그네는 행복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쪽지를 남겨 놓았을 것이다.

“이 한 바가지의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닙니다. 뒤에 오는 나그네여. 당신이 잠깐 동안 목마름을 참고 한 바가지의 물을 지킬 수 있다면 이 펌프 물은 앞으로도 목마름에 지친 수많은 나그네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의도에 맞춰 넣으려는, 약간의 도식적인 글입니다. 하지만 결정의 순간, 사리 판단의 중요함을 깨우쳐 주는 글이네요. 참으로 쉬운 것 같지만 매우 쉽지 않습니다. '욕심 많은 개' 우화가 생각납니다. 고기를 입에 물고 다리를 지나다가 물에 비친 고기를 문 개를 보고 또다른 욕심에 입에 물었던 고기마저 강에 빠뜨렸다는 이야기이지요. 마중물을 마실까 마시지 말까란 순간 결정은 '우물가에서 슝늉 찾는다'는 속담보다도 더 긴박함이 깃든 것이지요. 마중물은 정말 중요합니다. 마중물을 붓지 않으면 제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공염불이 되지 않습니까? 마중물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세상도 지속가능하고요.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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