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대화>
어느날 손자가 할아버지께 물었다. "할아버지, 옛날에 어떻게 사셨어요?
- 과학기술도 없고,
- 인터넷도 없고,
- 컴퓨터도 없고,
- 드론도 없고,
- 휴대폰도 없고,
- 카톡도 없고,
- 페이스북도 없었는데요~~"
할아버지께서 대답하셨다. "너희 세대 오늘날은
- 인간미도 없고,
- 품위도 없고,
- 연민도 없고,
- 수치심도 없고,
- 명예도 없고,
- 존경심도 없고,
- 사랑도 없고,
- 겸손도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린 그렇게 안 살았다"
오늘 너희들은 우리를 '늙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참 축복을 받은 세대란다.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지 않았고.
방과 후에는 우리 스스로 숙제했지.
해질 때까지 들판에서 뛰놀고 술래잡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친구가 아니라 진짜 친구랑 놀았단다.
목 마르면 생수가 아닌 샘물을 마셨고, 친구들이 사용한 잔을 함께 사용해도 아픈 적이 한번도 없었단다.
빵, 과자를 많이 먹어 비만하지도 않았고, 맨발로 뛰어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았었지.
장난감은 직접 만들어 놀았고 부모님은 부자가 아니셨지만 많은 사랑을 주셨단다.
휴대전화, DVD, Xbox, 플레이스테이션, 비디오게임, 개인컴퓨터, 인터넷같은 것은 없었단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들이 있었지. 친구들이 초대하지 않아도 친구집을 찾아가 밥을 얻어먹었단다.
우리는 부모님의 말씀도 듣고, 자녀들의 말도 들어야 했던 마지막 세대야. 그래서 독특한 세대이고 이해심도 많단다.
치솔 치약도 없었고 구멍가게엔 두세가지밖에 없었지. 눈깔사탕, 셈벵이과자.. 돼지고기 소고기란 단어도, 고기도 없었단다
훗날에 삼겹살도 나왔고 맥주도 생겼지.
그런 거 몰라도 친구들과 우정은 깊었단다.
※ 어찌 보면 단순한 세대 차이를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글이 눈에 띈 것은 요즘 들어 너무 영역이 확장된 '갈등'이란 단어가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윗글은 세대 차를 지적한 글입니다. 손자의 말에는 단순하고, 편리하고, 약간의 이기적인 냄새가 납니다. 그런데 고개가 끄덕여지는 할아버지 말 행간에도 '꼰대성' 말투가 많이 섞여 나오지 않습니까?
좋은 문구로 마무리지었지만 시대의 간극은 어쩔 수 없어 보이는 것이지요. 어느 시대에서나 있는 일이니 이를 좁히려는 노력, 좁히는 힘이 좀더 세야 하겠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말에는 서로 알고, 배우고, 접하면 좋아보일 것들이 많아보입니다.
제목이 같은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란 책(해냄 출판)이 있습니다.
한국 문학의 거목인 조정래 작가(70대 중반)와 그의 손자인 재면 군(고교 2년때)이 2016년 말~2017년 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의 논술을 놓고 주고받은 글과 대화를 모은 책입니다. 재면 군이 논술문을 쓰면 조 작가가 읽고선 교정할 곳을 표시한 뒤 의견을 글로 답했습니다.
조 작가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을 써 1500만 부를 찍어낸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기고 있지요. 그는 1943년 전남 승주군(지금 순천시) 선암사에서 태어나 명문 광주 서중, 서울 보성고를 졸업한 뒤 문학의 명문인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네요.
손자의 글에는 당시 10대의 눈높이에서 본 사회의 모습을, 조 작가의 글에는 한국 사회의 변함을 체험한 깊고도 원숙함이 담겨있다고 평합니다.
조 작가의 글이 와닿네요.
첫째 손자가 쓴 길이보다 짧아서는 안 된다.
둘째 손자의 예상을 넘어서 새롭다고 느낄 수 있도록 써야 한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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