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중년이 되면 흰머리가 많이 보인다. 나이듦의 표식이다. 일각에선 '인생에서 쌓인 관록'을 상징한다며 의미를 두지만 현실에서는 그러하지 않다. 흰머리가 나이 들어 보인다며 평소 염색을 하는 이가 태반이다.
비슷한 나이의 중년인데도 흰머리가 나는 사람도, 나지 않은 사람도 있다. 30대 젊은이인데도 흰머리가 많은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본다. 흰머리는 왜 날까? 덜 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 흰머리와 새치는 같다
흰머리는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머리카락 색은 모낭 속의 멜라닌 세포가 결정한다. 세포는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데 색소의 양이 많을수록 머리색이 짙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이 하얗게 나는 이유는 멜라닌을 합성하는 멜라닌 세포의 수가 줄고 그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흰머리는 보통 옆머리에서 시작 돼 정수리, 뒷머리 순으로 나고 콧수염과 턱수염, 눈썹으로 이어진다. 반면 겨드랑이나 가슴 등에 나는 털의 색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서양인은 30대 중반, 동양인은 30대 후반, 아프리카인은 가장 늦은 40대 중반에 생기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사람에게서 나는 흰머리를 ‘새치’라 하는데 이는 속칭일 뿐 의학적으로 흰머리와 같은 말이다.
노화가 아니라도 흰머리가 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 같은 호르몬 이상도 원인이 되고 악성 빈혈이나 골감소증, 당뇨병, 신장병 등의 질환이 흰머리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이른 나이에 흰머리가 난 사람은 부모 중 한 사람은 같은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흰머리가 나면 특이질환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흰머리와 다르게 부분적으로 백발이 나타나는 현상을 백모증(poliosis)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르덴부르그증후군, 부분 백색증, 티체증후군, 알레잔드리니증후군, 신경섬유종증, 결절경화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 흰머리와 스트레스의 상관 관계
스트레스도 흰머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연관성과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혈액 순환의 장애를 일으키고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근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하고 나면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올까. 안타깝게도 한번 난 흰머리가 검은 머리로 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 흰머리 뽑을수록 많이 난다?
젊은 사람들은 눈에 거슬려 흰머리를 뽑곤 한다. 어떤 사람은 흰머리는 뽑을수록 많이 난다며 뽑지 말라고 말리지만 사실이 아니다. 흰머리는 뽑은 만큼만 다시 난다. 모낭 하나에는 한 개의 머리카락만 나오기 때문에 하나를 뽑았다고 그 자리에 2~3개의 흰머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흰머리를 뽑아도 모근은 두피 아래 그대로 있기 때문에 다시 흰머리가 난다.
◇ 염색은 건강에 해롭나?
꽤 많은 사람들은 흰머리 염색을 한다. 보통 흰머리를 검게 염색하지만 거꾸로 여자들은 검은 머리를 연노랑색, 흰색 등으로 염색한다. 예쁘고 이색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심리다.
그런데 염색약은 현기증이나 이명현상을 일으키거나 탈모를 유발하기도 한다. 염색약에 포함된 아니린(aniline) 색소의 유도체(아니린을 모체로 변화시킨 화학물질)는 피부 흡수율은 높고 배출은 잘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염료가 모공을 통해 모근까지 손상시키기 때문에 잦은 염색은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탈모가 있는 사람은 흰머리가 나더라도 염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염색은 가능한 한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해야 한다면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하고 염색약이 두피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흰머리에는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다. 세월이 지나 생기는 흰머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젊은 나이에 나는 흰머리는 안 나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평소 두피 마사지 등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휴식 등을 통해 모근으로 영양분이 충분히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 빠진 머릿카락은 다시 나지 않는가?
결론적으로 머리카락이 뽑힌 두피에 모발은 다시 자란다. 다만 심한 자극으로 '모낭'이 손상되면 머리카락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릿카락이 많이 빠지지만 모발을 보호하는 모낭은 빠지지 않는다. 모근은 모낭의 모유두에 연결돼 있다. 모두유는 모구의 밑 부분에 있다. 머리카락은 모구의 세포가 분열하면서 계속 자란다. 따라서 모낭만 손상되지 않으면 머리카락은 난다. 거꾸로 모낭이 손상되면 머리카락은 나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 원리는 모발의 일생에서 찾을 수 있다. 성장기를 마친 모발은 퇴행기를 거친다. 5년 전후의 자연수명을 다하면 저절로 빠진다. 하지만 이는 머리카락만 뽑힌 것이다. 모근을 2~3개 품고 있는 모낭은 건재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강제로 머리카락이 뽑힌 두피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난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발간하는 ‘과학향기’(제3579호)에서 발췌해 각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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