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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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2 10:37 | 최종 수정 2021.12.2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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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뉴스는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낱말이 아닌 일상에서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처럼 분석을 하지 않고 가볍게 짚어보는 게 목적입니다.
그제(20일) 취약층 어르신과 반려견이 함께사는 방송을 보는데 수의사가 반려견에게 주사를 놓기 위해 털을 깎으면서 '땜빵'이란 단어를 쓰더군요. "저 단어를 저기에도 쓰나?"하며 의아해했습니다.
얼른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등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들고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만 정의를 해놓았네요.
풀이한 뜻은 '남의 일을 대신하여 시간을 보내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거나 '구멍 나거나 금이 간 것을 때우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너 대신 땜빵으로 갔었다' '땜빵을 하면 물이 새지 않을 거야' '도로에 참 땜빵 많다' 등으로 둘 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내용입니다.
'땜'은 땜질의 땜으로 해석해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땜빵은 대리하고, 대체하고, 대신해서 채운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다음에 '머리의 흠집을 속되게 이르는 말(=땜통)'이란 뜻으로 풀이를 하네요. 머리에 하얗게 구멍처럼 나있는 부분인 원형탈모증이나 펑크 난 타이어를 때운 자리와 비슷해 보여 이렇게 해석한다고 합니다. 비슷하지만 '사고로 머리에 남은 상처'란 뜻도 있습니다. 이렇듯 수의사가 말한 땜빵은 반려동물 업계에선 일상으로 쓰는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론 특별히 한수 배웠습니다.
이왕에 단어를 찾았으니 곁가지 단어 몇개 알아보겠습니다.
'땜빵쟁이'란 단어는 땜장이의 강원 지역 사투리이고요. '땜빵 가수'는 방송이나 공연 출연키로 한 가수가 펑크를 낼 때에 대체로 투입되는 가수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우리는 사투리를 잘못된 언어로, 틀린 말이라고 합니다. 서울말 중심의 표준어 정책 탓에 서울말에 비껴서 있는 지방말일 뿐 틀린 말이 아니란 주장에 동의합니다. 사투리도 우리말이고, 사용처를 넓히면 언어유희를 더 풍성하게 합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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