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놀이] 콩댐 장판

정기홍 승인 2021.05.14 21:20 | 최종 수정 2022.01.25 16:03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주말마다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닌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문구 등을 재소환해 알뜰하게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같이 분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짚어보자는 게 목적입니다.

▲ 멧돌 등에서 간 불린콩을 넣고 두드리는 베보자기.

오늘은 요즘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를 구해왔습니다. 시리즈의 취지와 조금 다르지만 한 때는 실생활 가까이에 있던 실용단어였다는 점에서 값을 조금 더 쳐봤습니다.

콩댐입니다. 풀이하면 '날콩을 불려 맷돌에 갈아 (생)들기름을 섞은 다음 자루에 넣어 장판 등에 문지르는 칠의 한 가지'. 이 정도의 간략한 설명입니다.

보통 장판을 중심으로 사용하는데 집의 기둥, 서까래, 문짝, 문살, 나무 계단 등에도 사포질한 뒤 바르는 모양입니다.

기자도 시골에서 자랐고, 저렇게 비슷한 장판을 깔고 지냈는데 '콩댐'이란 단어는 생경합니다. 부모님께서 시장에서 미리 콩댐 장판을 사와서인지, 비닐 장판만을 사용해서인지 알 길은 없지만요. 광택 나게 칠한다는 건 니스만 있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 분들도 이 단어는 접하기 힘듭니다.

콩댐은 한지 장판을 만들기 위해 불린 콩을 갈아 들기름과 섞어 장판에 바르는 것으로, 콩댐을 하는 이유는 장판을 윤기가 철철 흐르게 하고 수명이 오래가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자연의 색을 내 또한 좋습니다. 진한 색을 원한다면 들기름을 더 넣으면 된다고 하고요.

이왕에 알려고 하는 거 단어 의미를 넘어, 만들고 바르는 것도 다 알아봅시다.

구들방 장판 칠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한다고 하네요. 이는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것이고, 콩댐을 하기 위한 초기 작업입니다.

다음으로 불린 콩을 광목자루(베보자기인 콩물 주머니)에 담아 방바닥을 치면서 문질러대면 된답니다.

초배지를 한번 바른 뒤 콩물이 장판에 머금으려 할때, 즉 바닥이 마를 정도면 다시 한번 더 초배지를 발라줍니다. 이후 장판 표면이 마르기를 기다려 황토로 염색한 광목을 초배지 위에 붙입니다. 다시 마른 후 그 위에 콩물을 입히는데 횟수를 더할수록 색상이 짙어지고 마치 광택제를 바른 것처럼 반질반질 윤이 나게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중요한 게 있네요. 바르고 말리고를 반복하는 작업이어서 아궁이의 불을 끄지 않는 것.

실온에서 마르기를 기다리면 '하세월 볼장을 다보기' 때문에 방바닥을 지속 뜨겁게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해본 분들 글을 보니 빡빡 문지르다 보면 발바닥과 무릎이 뜨거운 방바닥에 익을 지경이랍니다. 몇 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뜨거울 것 같습니다.

나만의 만족과 치유 공간을 만든다는 일념이 아니면 시작하기 힘든 작업인 것 같네요. 보통 도회지 분들이 시골로 삶터를 옮겨 흙집을 지으면서 하지 싶습니다. 아마 이들은 거창한 전원주택보다 그저 자신과 가족의 육신이 따뜻한 방구들에 팔자로 들어누우면 편안해지고, 건강해짐을 느끼고, 쌓인 피로가 풀리는 것으로 만족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콩댐이란 단어를 발견한 게 뜻깊어 소개했는데, 과정까지 알고 나니 단편 지식을 듬뿍 가진 듯하고, 옛사람들의 지혜마저 배운 듯해 좋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콩댐 만드는 간편 요령'을 소개합니다. 현목이란 분이 '스트로베일 하우스'에 쓴 글입니다.

본래 콩댐은 메주콩을 불려 물과 함께 갈아서 거기다 생들기름과 함께 자루에 담아 바르는 것인데 균일하게 발라지지 않고 찌꺼기가 나와 바닥이 거칠고 얼룩거리고 나중 물걸레질해야 하는 등 불편하니 다음과 같이 간편 콩댐을 하면 된다.

1. 바닥에 쓰일 한지 튼튼한 걸로 쓰려면 8배지를 선택할 것

2. 한지는 이미 콩댐이 된 것 사면 가장자리가 변색되어 있거나 냄새가 심하게 나므로 피할 것

3. 바닥이 잘 마르면 콩댐을 하는데 재료는 콩만 사용하면 색상이 더욱 밝고 색상을 내려면 치자를 넣는다.

4. 일반 기름을 사용하면 투명한 기름종이처럼 변해 버리게 되니 일반 기름은 써서는 안 된다.

5. 생콩기름을 사용하면 좋지만 그런 것 짜는 기계가 요즘은 없어 아래와 같이 한다.

6. 24시간 불린 노란 메주콩에 물을 콩 량보다 약간 적게 부어 믹서에 가는데 물의 양은 잘 갈아질 만큼이다.

7. 잘 갈아진 콩물을 면포에 넣고 눌러 두면 콩기름물이 나오는데 이걸 담아 냉장고 안에 한나절이나 하루 쯤 둔다. 냉장고에 두는 이유는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8. 윗부분에 뜬 맑은 콩기름물만 호스로 따라서 그 물을 얇고 넓은 붓으로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바른다.

9. 매회 간격을 5-6시간으로 하고 2회에는 다른 방향으로 일정하게 바르되 모두 2-3회 바르면 된다.

10. 장판 끼리 연결하는 가장자리 부분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그 부분 심하게 바르면 안 된다.

11. 찹쌀풀이나 밀가루풀을 쓰되 말리면 팽팽하여 벌어지므로 장판끼리 접착부분만은 무공해 본드를 사용함도 좋다.

12. 잘 마르면 손으로 닦는 것보다 마른걸레를 발로 밟아 움직여 닦으면 콩댐은 끝난다.

13. 들깨를 함께 갈아서 쓰면 색깔이 검어서 좋지 않다.

14. 생들기름도 첨가하나 기름내기가 어려워 방앗간에서 볶아서 해주는 경우가 많아 바른 즉시 실패하게 된다.

15. 장판이 약간 떨어진 부분은 다리미로 다리면 풀 넣지 않아도 잘 붙여진다.

기타 경험-마루에 올리브유를 바르면 좋다기에 발랐더니 그게 계속 발에 묻어 방안을 버리므로 쓰지 말 것.

올리브유를 한지장판에 바르면 기름종이처럼 투명하게 되는 등 100% 버리니 사용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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