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뉴스는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낱말이 아닌 일상에서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처럼 분석을 하지 않고 가볍게 짚어보는 게 목적입니다.
■ 삼촌과 숙부(작은아버지)
최근 한 언론매체의 제목에 '작은아버지'나 '숙부'라고 써야 할 자리에 '삼촌'을 써 관련기사의 댓글에서 지적을 받은 것을 보았습니다. 제목을 단 편집기자의 실수이지요.
핵가족화 등으로, 사회 경험이 많은 중년 50대에서도 삼촌과 숙부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삼촌(三寸)은 아버지의 결혼하지 않은 형제의 호칭입니다.
한자로 보면 아버지의 결혼한 남동생은 숙부(叔父-작은아버지)입니다. 더불어 결혼한 가장 위의 형제는 백부(伯父)라고 부릅니다. 맏이 백(伯)자입니다.
중부(仲父)란 호칭도 있습니다. 버금 중(仲)자입니다. 본래는 백부 바로 아래 형제를 가리켰는데 아버지와의 위아래와 상관없이 중간이란 뜻으로 통칭해 중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접하기 힘든 용어인데, 계부(季父)는 아버지의 막내 남동생입니다.
어머니와 관련한 경우는 부(父)를 모(母)로 바꾸어서 생각하면 맞습니다.
그런데 일상에서 이를 가리지 않고 '삼촌'으로 부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위에서 실수 사례로 든 언론매체의 기자도 이러한 분위기에 깜박하고 삼촌으로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도 아니면 '숙부'란 단어는 생각이 나지 않고 '작은아버지'는 짧은 제목 공간에 넣기는 힘들어 삼촌으로 썼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사실 지금의 세대(편의상 60대까지로 봄)는 삼촌이란 단어에 익숙해 있습니다. 어감상 친근함이 와닿고 어릴 때부터 써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까닭에 삼촌을 유아용 단어라고도 말합니다. 어릴 땐 삼촌이란 대상이 허물 없고, 성인이 된 후에도 삼촌과 조카 사이는 친밀도가 높은 편입니다.
이런 이유로 총각이던 삼촌이 결혼을 했는데도 그대로 삼촌으로 부릅니다. 삼촌 입장에서도 호칭이 젊게 보이고, 정감스럽고, 듣기가 좋으니 고치라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작은아빠' '작은아버지'가 많이 통용됩니다.
나이 60대 초반만 해도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 때 한자보다 한글을 더 많이 접한 세대여서 한자의 쓰임새가 줄었습니다.
따라서 삼촌이 결혼한 이후에 붙이는 '숙부'는 요즘 사용이 거의 죽어 있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배운 티를 내고 싶은 심산이면 사용해 보시길 제안합니다. 좌중에서 "우리 숙부십니다. 옛날엔 저와는 허물 없던 삼촌이었죠". 이렇게 소개하면 틀림없이 좌중의 분들이 놀랄 겁니다. 마음 속으로 "집안 교육이 잘 된 티가 나네"라고 할 겁니다. 젊은이의 어른스러움에 점수를 듬뿍 따겠지요.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는 사는 지역을 앞에 붙이면 편하게 대별된다는 것도 알면 편합니다. '서울 숙부' '서울 백부' 등입니다. 셋째 큰아버지, 셋째 작은아버지보다는 번거롭지 않아 보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신조어'라고 (두 단어를 늘리고 줄이는) 단어 조합에 능숙합니다. 조금 지난 단어이지만 '낄끼빠빠'가 이런 것이지요. 방랑 시인인 김삿갓의 현대판 버전들이 많습니다.
글을 쓰면서 '외삼촌'이란 호칭도 생각해 봤는데, 잘못 쓰는 경우가 있네요.
대부분의 사람은 어머니의 남자 형제를 결혼 유무를 떠나 '외삼촌'으로 칭합니다.
기자도 어릴 때 결혼하신 어머니 손위 외삼촌이 우리 집을 방문하시면 "엄마, 외삼촌이 오셨어"라고 항시 말했습니다. 이는 틀렸습니다. '외백부'입니다. 어째 어색하시죠? 어머니의 손아래 외삼촌은 '외숙부'가 되겠네요. 이 호칭을 쓰는 사람을 거의 못 봤습니다.
'외숙모'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외삼촌의 아내를 '외숙모'라고 스스럼 없이 통칭합니다. 이어 작은 외숙모, 큰 외숙모라고 부연하는 편입니다. 외숙모는 '외백모'와 '외숙모'로 구별해야겠네요.
평소에 지나치다가 글로 옮겨 보니 일상에서의 친족 용어 쓰임새에 어깃장인 게 많습니다.
이처럼 호칭은 제법 헷갈립니다. 요즘에는 가려쓰지 않아 먼 친척의 경우엔 뭉뚱그려 형님-동생, 아저씨-아주머니로 쓰고서 지나칩니다. 너무 어려운 경우야 대별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바로 윗대인 부모님과 관련한 촌수는 알아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10일 후면 민족 명절인 추석입니다. 가족은 물론 친척도 만납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만남이 일부 완화돼 만남의 폭이 커졌습니다. 일상의 상식이라 생각하고 익혀 놓는 것도 명절을 맞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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