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뉴스는 주말마다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닌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문구 등을 재소환해 알뜰하게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같이 분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짚어보자는 게 목적입니다.
오늘은 '참견(參見)'과 '간섭(干涉)'을 대별해보겠습니다. 조언과는 뜻이 상당히 다른 단어입니다.
'말 놀이' 시리즈를 본 한 중견언론인이 두 단어의 차이를 아느냐, 코너에서 쉽게 설명해보라고 언질을 줬습니다. 깊은 생각 없이 "간섭은 낄끼빠빠가 센 거 아닌가?"라고 답했습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는 뜻입니다. 딱히 더 이어 설명할 거리도 떠오르지 않았고요.
대별하기가 만만찮은 단어입니다. 둘 다 남의 일을 관여하고 침범한다는 뜻 외에는….
숙제를 받았으니 차근차근 접근해 풀어보겠습니다. 사전의 뜻을 먼저 알아보시죠.
참견은 '자기와 별로 관계없는 일과 말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아는 체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함'을 뜻합니다. 간섭은 '직접 관계가 없는 남 일에 부당하게 참견함'입니다.
의미가 서로 비슷한 유사어(類似語)여서인지 단어의 뜻으론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간섭이 넓고 큰 의미를 지녔는지, 참견이 더 작은 건지….
용례에서 찾아 살펴보면 구별이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어 소개합니다.
"너가 뭔데 참견이야?". 둘이 다투고 있는데 중재를 하려고 하면 상대방이 "너가 뭔데 참견이야?"라고 말하지 "너가 뭔데 간섭이야?"라고 하진 않습니다."내 일에 간섭하지마". 이는 엄마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처럼 상대방을 걱정하면서 끼어드는 예입니다. 중국이 최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의 대만 문제가 언급되자 "내정 간섭하지 하지 마라"고 했는데, 국가 간에 강한 외교력을 구사하고 무력시위를 하는 것도 '내정 참견'이 아니라 '내정 간섭'이라고 합니다.
원군이 생겼습니다.
최근에 '우리말 어감 사전'(안상수 지음)이란 책이 나왔는데, 이해를 도우는 설명을 해놓았네요.
이 책은 대별이 잘 안 되는 뜻과 쓰임에서 공통과 차이가 있는 단어를 비교해 '같은 듯 다른 말'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톺아줍니다. 톺다는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는 순수우리말입니다.
다음은 안 씨의 '참견과 간섭' 설명입니다.
두 단어는 남의 일에 끼어들어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위다. 상대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상대를 억누르거나 좌지우지하고자 할 때 행해진다.
즉, 상대가 미숙하거나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상대에게 끼어드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알아서 할테니 간섭 또는 참견하지 마라"거나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 또는 참견한다"는 식으로 둘은 함께쓴다.
따라서 간섭하지 말라는 표현을 참견하지 말라고 바꿔 말할 수 있고, 남의 일에 이런저런 의견을 내세우는 것을 참견이자 간섭이라고 혼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행위의 영향력 유무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른의 대화에 애가 불쑥 끼어드는 경우 "너가 웬 간섭이냐"가 아니라 "웬 참견이야"가 맞다고 합니다. 선의나 사랑을 가진 어른의 훈육은 간섭이지 참견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안 씨의 설명을 더 이어 보겠습니다.
간섭은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고, 참견은 '별다른 영향력 없이 그냥 상대 일에 끼어드는 것'으로 대별한다.
또한 참견은 주로 개인 간에 이뤄지지만 간섭은 개인과 집단 모두에서 이뤄진다. 정부→기업, 한 국가→다른 국가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참견이 아니라 간섭이다.
안 씨의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종합해 보면 참견이 지나치면 간섭이 될 수도 있겠네요. 둘 다 '관심'에서 시작하지만 정도를 넘으면 참견이 되고 간섭이 되겠고요.
달리 참견을 하든 간섭을 하든, 또 잔소리를 하든 이 모두는 오지랖이 넓어야 하는 전제도 깔립니다.
낯설지만 '흥야항야'란 말이 있습니다. 남의 일에 끼어 잔소리를 한다는 뜻입니다. 심하면 마누라의 잔소리처럼 '다툼의 무기'도 됩니다. 관심이 담긴 조언을 넘어서 참견과 간섭으로 바뀐다는 말입니다. 법륜스님은 오래 전 방송에서 "내 말을 안 들어서 괴로우면 내가 간섭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이는 간섭이나 참견이나 둘 다 '외로움의 표출'이라는 다소 엉뚱한 해석을 내놓습니다. 외톨이가 많다고 하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심심하고 외로워 하는 듯합니다. '치마가 열두 폭인가'란 속담이 있습니다. 음식점 등에서 조언을 하려다가 참견과 간섭이 돼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참고로 안 씨는 '우리말 어감 사전' 머리말에서 "한국어의 암묵적 지식을 명시적 지식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감사하다와 고맙다' 등 200여 개의 유의어를 소개합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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