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놀이] 엉기다와 엉키다

정기홍 승인 2021.08.29 17:28 | 최종 수정 2022.02.10 10:16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낱말이 아닌 일상에서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처럼 분석을 하지 않고 가볍게 짚어보는 게 목적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엉기다'와 '엉키다'를 자주 씁니다. 헷갈리지요. 어느 게 맞을까요?

결론을 먼저 말하면 둘 다 맞습니다. 엉기다보다 엉키다의 의미 범위가 조금 더 넓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왜 그런가를 함께 풀이해보시지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을 척척 하지 못하고 굼뜨며 허둥거리다'로 풀이합니다. 예컨대 '그는 일머리를 몰라 엉기기만 했다'가 이런 경우이지요. 또 '매우 힘들게 간신히 기어가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겨우 한 사람이 엉기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낮고 비좁은 동굴이었다' 등이지요.

네이버 사전에서는 '점성이 있는 액체나 가루 따위가 한 덩어리가 되면서 굳어지다'란 뜻으로 풀이해 놓았네요. 예를 들면 '피가 엉기지 않고 출혈이 계속된다'가 이 경우이지요.

또 다른 뜻으로 '사람이나 동물 따위가 한 무리를 이루거나 달라붙다'로 풀이합니다. '동생이 친구들과 엉겨서 싸우다 울고 들어왔다'가 이 케이스입니다. 이 외에도 '냄새나 연기, 소리 따위가 한데 섞여 본래의 성질과 달라지다'는 뜻이 있는데 '감정이나 기운 따위가 한데 뒤섞여 응어리가 생기다'가 이런 경우입니다.

엉키다는 '여럿의 실이나 줄, 문제 따위가 풀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얽히다'로, 예컨대 '일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등이지요.

또한 '일이 서로 뒤섞이고 얽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다' '감정이나 생각 따위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얽히다'의 의미인 엉클어지다와 동의어로 쓰입니다.

'뒤엉기다'와 '뒤엉키다'도 있습니다. 엉기다와 엉키다에 '몹시, 마구, 온통'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뒤-'가 결합해 생성된 파생어입니다.

뒤엉키다의 의미는 뒤엉기다와 유사한 의미로 쓰일 수 있고, 그것보다 넓은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타래의 실 감음이 엉망으로 돼 있을 때 '실이 뒤엉키다'로 표현하지 '실이 뒤엉기다'로는 쓰지 않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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