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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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6 21:27 | 최종 수정 2022.02.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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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뉴스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마다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알뜰하게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같이 분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짚어보자는 게 목적입니다.
'지긋이'와 '지그시' 구별이 어렵다는 분이 많습니다.
우선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눈을 지긋이 감다'와 '눈을 지그시 감다'는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뒤에 것이 맞습니다.
글로 '먹고 사는' 기자들도 헷갈리는 단어라고 합니다. 단어는 다른데 발음이 같아 더 헷갈리는 듯합니다.
‘지긋이’는 힘든 상황을 끈기로 참는 것이고, ‘지그시’는 현 상황에 대응 없이 조용히 참는 것으로 대별하면 대체로 맞다고 합니다. 또한 지긋이는 구별하기가 까다롭지만 지그시는 구별이 조금 쉽다고들 합니다.
구체적으로 뜻풀이를 사례를 들면서 비교해 보겠습니다.
▶ 지긋이는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나 '참을성 있게 끈지게'란 뜻을 나타냅니다.
1)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형용사 지긋하다에서 파생돼 주어 상태를 나타냄)
- '그는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인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주책이다' 등이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 송해 선생이 연세가 많으신 출연자를 맞이하며 ‘아이고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나오셨네요’라고 인사하는데 여기서는 지긋이가 맞습니다.
2) 참을성 있게 끈지게(오래 버티는 끈기)
- '아이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들 옆에 지긋이 앉아서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모두의 얘기가 지긋이 공부하면 명창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하다라'. '중요한 문제라면 지긋이 앉아서 풀어야지' 등입니다.
▶ 지그시는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이나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을 이르는 말입니다.
1)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 사례(주어의 동작을 나타냄)
- '그의 발을 지그시 밟다'. '손으로 지그시 누르다'. '눈을 지그시 감다'. '아픔을 지그시 참다' 등입니다.
2)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
- '아픔을 지그시 참다'. '나는 그의 태도가 여간 아니꼽지 않았지만 지그시 참았다'. '나는 치오르는 오열을 지그시 견뎠다'. '그는 눈을 들어 지그시 그를 쳐다보았다' 등을 들수 있네요.
다음 주장도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뜻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둘 다 '(나이가)지긋하다'에서 온 단어인데 어원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지긋이'를 쓰지만 눈동작 단어는 어원에서 의미가 멀어져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나는대로 '지그시'로 씁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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