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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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6 08:46 | 최종 수정 2021.12.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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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뉴스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마다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의미를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같이 분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짚어보자는 게 목적입니다.
오늘은 낱말 '닭도리탕'에 관해 알아봅니다. '닭'과 '도리'와 '탕'이 어우러진 복합단어입니다.
1920년대에 평양 등 관서 지방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어원과 이름을 놓고 지금도 논란이 많은 음식입니다. 어문학자 간에도 갑론을박 중입니다.
'닭'을 '도리'한 것인데 '탕처럼 조림'으로 먹는다로 해석됩니다.
도리가 순우리말의 '도려내다'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도리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리다는 '둥글게 빙 돌려서 베거나 파다'란 뜻입니다. 국어연구원은 이를 부정합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어 토리(とり)에서 왔다는 주장도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이미 1920년 문헌에도 언급돼 있어 근거가 빈약하다는 주장입니다, 평소 닭도리탕 어감상 일본어 혼재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국립국어원은 1992년 말 닭도리탕을 '닭복음탕'으로 부르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닭도리탕을 일제의 잔재로 판단하고 순화어로 '닭볶음탕'을 실었습니다. 실제 닭복음탕 간판이 더러 보였습니다. 이젠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따져보면 적절한 게 아닙니다. 조리 과정을 보면 닭을 볶는 과정이 없습니다. 채소와 닭, 양념장을 풀어 자글자글 끓여 볶음탕 자체가 성립 불가라는 것입니다. 또 탕이 아니라 조림에 가깝습니다.
이러다 보니 닭볶음탕이나 닭도리탕 대신 닭감자탕, 닭매운탕, 닭감자조림 등으로 부르자고 하고 부르기도 합니다.
독자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냥 닭도리탕으로 쓸까요.
내일이 휴일입니다 가족끼리 코로나 감영 우려가 없는 호젓한 곳에 잘 만개한 벚꽃을 벗삼아 닭도리탕 드실 분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드시면서 한번 생각해 보시죠. 어원은 무엇인지, 좋은 우리말이 없는지 말입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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