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놀이] 깐부

정기홍기자 승인 2021.10.11 16:46 | 최종 수정 2021.12.19 14:21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낱말이 아닌 일상에서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처럼 분석을 하지 않고 가볍게 짚어보는 게 목적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소셜미디어에서 같은당 대선 주자 홍준표 의원을 향해 “경선이 끝나면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어깨를 걸고 나가야 하는 동지들”이라며 “홍 선배님!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고 적었습니다.

연일 자신을 공격하는 홍 의원에게 수위를 낮추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홍 의원은 “깐부는 동지다. 동지는 동지를 음해하지 않는다”고 했다네요. 무슨 말인지요? 일각에서는 이 말은 ‘깐부 맺자’고 내민 윤 전 총장의 손을 쳐낸 것으로 들린다고 해석합니다. 달리 자신은 윤 전 총장을 음해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발음도 요상한 깐부의 뜻을 알아봅시다.

깐부는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를 할 때 한 팀이나 동지를 뜻하는 어린 애들의 은어입니다. 손가락을 마주걸고 편을 함께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어원이 불투명합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에 깜부를 검색하면 관련 단어로 뜬금없이 '깐부기'가 나옵니다.

지역에 따라 깜보, 깜부, 가보, 갑오 등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할 때 깐부 관계인 친구들은 거리낌 없이 서로 공유합니다. 승리를 위해선 연합도 필요하지요.

개인적으로 몇년 전 집 근처에 '깐부치킨' 집이 있어 가끔 들렀습니다. 중간치 정도의 전기통닭구이가 있어 혼자 땐 양이 많지 않아 생맥주 몇 잔 하면 딱 좋았습니다. 당연히 깐부가 무슨 뜻인지 물어도 보고, 사전에 찾아 보았지만 당시엔 깊이 알 길이 없었습니다.

국립국어원도 '깐부(KKANBU) 치킨' 업체에 어원을 물어봤는데 이북이 고향인 대표가 어릴 때 들었던 말이란 답변만 들었다고 합니다. 이 업체 홈페이지엔 '팀, 짝꿍, 동지'라고 적시해 놓았네요. 친구라는 뜻이지요.

사자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 영어의 ‘콤보(Combo)’, 일본 에도시대 때 동업자 카르텔인 ‘가부나카마(株仲間)’에서 유래됐다는 주장도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추억 속의 단어 '깐부'를 다시 끄집어낸 것은 현재 넷플릭스의 최고 화제작인 ‘오징어게임’입니다.

극 중의 구슬치기 게임 편에서 참가자 1번인 오일남(오영수 분)이 456번인 성기훈(이정재 분)에게 일대일 깐부를 맺자고 합니다. 다른 팀이 아닌 상대방을 먼저 죽여야만 본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 인물은 자신의 목숨을 내주며 깐부인 동료의 승리를 지원했고 결국 우승을 합니다. 정치에서는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집니다.

깐부 단어를 접하면서 '깔롱'이란 단어가 연결돼 생각이 났습니다. 수년 전에 후배 지인이 세종시에 커피점을 냈는데 '깔롱커피'란 상호를 붙였지요. .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에는 '깔롱지다'를 예시하며 경상도 사투리라고 적시합니다. 옷매무새 등을 신경 쓰며 멋을 부리다는 뜻이네요. 후배의 커피점은 '멋부리는 커피점'이란 뜻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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