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뉴스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마다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알뜰하게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처럼 분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짚어보자는 게 목적입니다.
이번에는 '껍질'과 '껍데기'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며칠 전 돼지껍질에 피부를 탱글탱글하게 하는 콜라겐 성분이 많다는 기사를 보고서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껍질'과 '껍데기'의 뜻은 큰 틀에서 보면 같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두 단어를 '어떤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부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두 단어가 같은 뜻이라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표준국어대사전에 '조개껍질'과 '조개껍데기'는 함께 등재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틀린 말로 단정하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껍질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로, 껍데기는 '달걀,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단어를 '딱딱하냐 아니냐'로 구분하면 대별이 쉬울 것 같네요. 즉 겉을 싼 부분이 무르면 껍질이요, 단단하면 껍데기라고 기준을 삼으면 될 것 같습니다.
단어 뜻으론 아주 간단하게 구별되는데, 용례, 즉 쓰면서 헷갈리는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귤, 사과, 바나나, 양파 등 과일이나 채소의 겉부분처럼 재질이 무르고 속과 밀착해 있으면 껍질로 쓰고, 달걀, 굴, 소라처럼 재질이 단단하고 알맹이와 긴밀한 관계가 없어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것에는 껍데기를 씁니다.
용례 몇개를 살펴보겠습니다.
돼지껍질인가 껍데기인가, 베개껍데기인가 껍질인가를 물어보면 제대로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돼지껍데기'란 상호를 붙인 음식점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돼지껍데기란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앞에 언급한 '어떤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부분'이란 큰 틀의 해석에도 맞지 않다는 의미이겠네요. 또한 돼지 표피는 단단하지 않으니 돼지껍질이 맞는다고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두 단어의 뜻을 고려하면 '껍데기를 깨다'가 자연스럽지 '껍질을 깨다'는 부자연스럽습니다.
껍질과 껍데기는 각기 또다른 뜻도 담고 있습니다.
두 단어는 '끗수가 없는 패짝'이란 뜻도 품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투칠 때는 '껍데기' '껍질'를 혼용해 씁니다.
껍질의 말뜻에는 '원자핵 주변의 거의 같은 에너지를 가지는 전자 궤도의 모임'이란 것도 있네요.
껍데기는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의 뜻이 있습니다.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시집에서의 껍데기는 이런 뜻이 있습니다. '베개 껍데기', '과자 껍데기'가 이런 유에 속합니다.
끝으로 두 단어가 속담에서 쓰이는 사례도 살펴보겠습니다.
- '껍질 없는 털가죽이 없다'(바탕이 있어야 생길 수 있다는 뜻)
- '껍질 상치 않게 호랑이를 잡을까'(맹수를 잡을 때는 손해를 감수해야 목적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
- '조개껍질(껍데기)은 녹슬지 않는다'(천성이 착하고 어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나쁜 습관에 물들지 않음을 비유)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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