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뉴스는 주말마다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닌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문구 등을 재소환해 알뜰하게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같이 분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짚어보자는 게 목적입니다.
한 대학생이 한강공원에서 동료 학생과 함께 밤새 술을 마신 뒤 실종 며칠 후 사망한채 발견돼 최근 한달여 간 화제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대학생 사망사고'라고 하지 않고 '대학생 사망사건'으로 쓰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사고로 사망한 듯한데, 이렇다면 사망사고가 아닌가요?
우리는 일상에서 사고와 사건 단어를 꽤 많이 씁니다. 입에 붙어있어 별 무리없이 구별해 쓰지만 막상 구별하려고 하면 마땅한 설명거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간단하고 쉬운 대별 방법은 무얼까요?
우연성과 계획성 차이로 접근하면 무리없이 구별 가능합니다. 사고는 우연성, 사건은 계획성(고의성)이 가미돼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사고이고, 의도한 일이 벌어지면 사건이란 말입니다.
본론인 사전적 의미를 보시지요.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로 풀이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다분히 우연적인 것입니다. 오래 전의 ‘성수대교 붕괴 사고’처럼 예상하지 못하게 일어난 불행한 일입니다.
맞는 예로는 교통사고입니다. '교통사고'라고 하지 '교통사건'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지요.
반면 사건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만한 뜻밖의 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과는 다른 특별한 일' 등을 뜻합니다. 역사적인 사건, 살인 사건 등이지요.
더 설명하면 외국인이 살해한 '양주 여중생 사건'처럼 '사회적인 관심사가 될 만한' 뜻이 포함돼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물었다'와 같이 일상적이고 작은 것은 사고이고, 거꾸로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사건입니다.
이와 별개로 '문학 작품에서 인물의 행동을 야기하고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해 발생하는 일'도 사건으로 칭합니다. 예컨대 소설 속에서 물레방아 뒤에서의 처녀 총각 연예질은 '사고 난' 게 아니라 '사건이 벌어진'(연예 사건) 것으로 적는다는 말이지요. 여기에서는 큰 개념의 '사건'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비슷한 사태란 단어도 있습니다.
사태는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나 상황. 또는 벌어진 일의 상태'를 뜻합니다. '천안함 사태'처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형편'을 가리키고 현재성을 띱니다.
폭력 사태, 사태를 수습하다, 사태가 심각하다, 사태를 관망하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기쯤 오면 구분이 조금 헷갈립니다. 덤으로 읽는다고 생각하면 되고, 몰라도 그만이라 생각하십시오.
사건은 사고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건이 사고를 포함하는 큰 개념도 아니고요.
또한 사고는 항시 나쁜 것을 뜻하지만 사건은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언급한 문학작품에서의 사건의 경우입니다. '물레방아집 연예사고'라고 하지 않고 '물레방아집 연예사건'으로 풀어가는 것이지요.
영어로 둘을 구분하면 더 이해가 잘 될까요? 아닐까요?
accident(사고)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incident(사건)는 조금 더 일반적인 단어입니다.
accident는 의도 없이, 계획 없이 오류로 인해 우연히 일어난 좋지 않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상처를 입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사고(car crash)입니다. 음주 운전자가 사람을 치었다면 accident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행위였기 때문이지요.
공장에서 장비의 오작동으로 인부가 다친 것도 accident입니다. 사무실에서 커피를 타 오다가 넘어져 커피를 쏟았을 때도 accident입니다.
반면 incident는 일반 사건이나 행사를 의미합니다. 크거나 작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의도가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습니다.
예를 들면 은행강도 사건, 이슈가 되는 사고, 연예인의 가십 등은 모두 incident입니다.
불량한 10대들이 어느 집에 돌을 던져 창문이 깨졌을 때도 incident입니다. 의도를 가진 행동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모든 accidents(사고)는 incidents(사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incidents는 accidents가 아니란 결론에 이릅니다.
처음 언급했던 대학생 사망 건으로 다시 돌아가서 결론을 짓겠습니다.
단순한 죽음이었으면 일반적인 교통사고처럼 '대학생 사고로 사망'으로 제목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며칠간 실종돼 사망과 관련한 의혹이 생겼습니다. 단순 사고사가 아닌 '의도가 있는 것 같은' 의혹이 생겼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언론은 '대학생 사망사건'으로 붙인 것입니다.
또한 이 건은 사망 과정의 의혹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단순 사망사고보다 규모가 크고, 의혹이 이어졌으니 '사건'을 붙인 것이지요.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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