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놀이] 맞다-맞는다

정기홍 승인 2021.05.29 12:21 | 최종 수정 2021.11.04 12:22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주말마다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닌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문구 등을 재소환해 알뜰하게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같이 분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짚어보자는 게 목적입니다.

오늘은 '맞다'와 '맞는다'에 관해 알아봅니다. 우리가 어법상 많이 잘못 쓰는 단어입니다.

일상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맞다'로 씁니다. '네 말이 맞다'고 쓰지 '네 말이 맞는다'라고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언론에서도 자주 '맞다'로 쓰고, 심지어 수능 언어영역 문제에서도 '맞다면'으로 표현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맞는다면', 요렇게 해야 정확한 표현입니다.

왜 그런지를 알기 전에, 우선 자주 하는 질문을 소개합니다.

'네 말이 맞다'는 틀린 표현인가? '음식 맛이 내 입에 맞다'와 '반지가 손가락에 맞다'는 맞는가?

정답은 '네 말이 맞는다'(동사) '음식 맛이 내 입에 맞는다'(동사) '반지가 손가락에 맞는다'(동사)입니다.

'맞다'는 자동사이므로 현재 상황-사실을 서술하는 경우 종결어미인 '-ㄴ다' '-는다'를 붙입니다.

'맞다'는 형용사가 아닌 동사이기에 현재 시제를 표현할 때는 선어말 어미인 '는'을 넣어 '맞는다'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부정형도 마찬가지입니다. '맞지 안 하다'가 아니라 '맞지 않는다'로, '나는 숙제를 안 하다'가 아니라 '나는 숙제를 않는다'로, '나는 밥을 먹지 않다'가 아닌 '나는 밥을 먹는 않는다'로 써야 맞습니다.

'본인이 맞다면 아래 번호를 입력해주세요'가 아니라 '본인이 맞으면 아래 번호를 입력해 주세요'가 옳은 표현입니다.

또한 '나는 숙제를 하다', '나는 집에 가다', '나는 밥을 먹다'는 문장이 동사로 끝나기에 '나는 숙제를 한다', '나는 집에 간다', '나는 밥을 먹는다'로 써야겠지요.

다만 활용형 중에서 기본형을 나타내는 경우 종결어미로 '-다'를 붙이죠. 단서격입니다.

이 말을 다시 풀면, 사전 등에서 기본형을 써야 하거나 절대문('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 신문 제호나 책 제목에서 종종 쓰이는 문체)을 쓸 경우 문법상 '맞다'로 써야 하지만, 일반 문장에서는 '맞는다'와 함께 쓴다는 의미입니다. 즉, 기본형으로 써도 어색하지 않고 무난한 경우 '맞는다'와 '맞다' 둘 다 사용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거 이거' 제법 헷갈립니다! '맞다'는 동사와 형용사 두 영역에 걸쳐있는 단어거든요.

동사와 형용사는 같은 용언이지만 쓰임에선, 형용사는 기본형(으뜸꼴)을 쓸 수 있지만 동사는 기본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래서 '그는 우리말을 열심히 공부하다'(동사)는 문구는 어색합니다.

이렇게 보면 '맞다'에서 나온 '걸맞다' '알맞다'가 형용사이기 때문에 '맞다'를 형용사로 여겨, 활용형 '맞는다'를 써야 할 자리에 기본형인 '맞다'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일단 이 정도만 알아둡시다. 더 많이 알려다가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으니까요.

결론은 두 단어를 같이 써도 무방한 경우도 간혹 있지만 거의 '맞는다'를 쓰면 옳은 표현이고 '맞다'로 쓰면 틀린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인이 둘의 세세한 용례 차이까지 구분하기란 어려운 단어로 보입니다.

일상의 용처에서 '맞는다'를 사용하면 틀린 경우는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틀리다'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틀리다'는 동사이므로 현재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 종결어미 '-ㄴ다'를 붙여 '틀린다'와 같이 적고, 활용형 중에서 기본형을 나타내는 경우 종결어미 '-다'를 붙여 '틀리다'와 함께 적고 또 말합니다.

좀 복잡하고 여전히 와닿지 않는 분들에게 '마침표 용례' 팁 하나를 드립니다. 머리 식히시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문장으로 끝난 용례는 끝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완전한 문장이 아닌 경우(문맥이 없이 주어 등의 주요 성분이 없고 시제가 중화된 경우)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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