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찜통 더위 속에 맞은 중복(21일), 여느 해와 달리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돌아 시민들은 복날 보신 음식에 더더욱 관심이 많았다. 이른바 복달음 음식 챙기기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60대 최귀남 씨는 전날 단골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내일 약재들을 넣은 삼계탕을 해 놓을 테니 오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 음식점은 평소에 삼계탕 메뉴가 없는 집이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는 50대 박용진씨는 평소 알고 지내는 선배에게 전화해 '보신 저녁'을 먹자고 약속했다.
중복 날 전통적으로 찾는 삼계탕을 찾았지만 무더위 탓에 국물이 시원한 냉면을 찾는 이들도 많았다.
일부는 코로나19를 고려해 외식을 않고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을 택하기도 했다.
이날 정오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서울 종로의 한 유명 삼계탕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40여명은 뙤약볕을 피해 작게 그늘이 진 가게 벽에 붙어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렸다. 일부 시민들은 휴대용 손 선풍기를 쐬거나 양산을 펴 햇빛을 피했다.
식당 안은 오전 11시부터 보양식을 먹으러 찾은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부인과 함께 경기 용인시에서 왔다는 김용문(81)씨는 "평소에도 삼계탕을 먹으러 자주 이 집을 찾는다"며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찾으면서 사람이 훨씬 더 많았는데 중복날 이 정도면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일부는 사람이 많은 식당 안에서 식사하는 대신 양손 가득 삼계탕을 포장해가기도 했다.
이 식당 관계자는 "평소에도 이렇게 줄을 서면 얼마나 좋겠나. 평일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중복이니 그나마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이것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의 한 평양냉면 전문식당은 뙤약볕을 뚫고 나온 직장인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인근 직장인들로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인원만 30여 명에 달했다. 워낙 사람이 많아 2m씩 간격을 띄우라는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였다.
중구 을지로에 있는 다른 냉면집과 설렁탕집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순댓국집은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대형 냉풍기를 갖다 놓기도 했다.
동료 2명과 함께 냉면을 먹으러 온 40대 남성 이모씨는 "회사가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하는데 마침 오늘 출근을 하는 당번이라 점심으로 평양냉면을 골랐다"라며 "만약 재택을 했다면 더위를 뚫고 냉면을 먹으러 오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4차 유행이어선지 외출을 자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이날 회사 동기 4명이 회의실에서 모여 치킨을 시켜먹기로 했다. 이씨는 "중복을 맞아 점심시간에 앞서 치킨을 주문했다"며 "냉방이 잘 되는 회의실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원래 보신탕이라도 먹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취소되고 다들 구내식당 가서 먹기로 했다"라며 "말복 때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바라고 있다"고 기대했다.
모임 자체를 자제하라는 분위기여선지 오늘이 중복인 줄을 몰랐다는 이들도 있었다.
국회에서 근무하는 권모(27)씨는 "직원들이 비상대기 인원 빼고는 돌아가면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복날인 줄도 몰랐다"며 "다 같이 복달임하는 건 상상도 못 한다"고 했다.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에어컨 자제령이 내려진 공공기관 근무자들은 사무실 안에서도 시원함을 느끼긴 어려운 처지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29)씨는 무더위 속에 중앙통제식 냉방만으로는 더위가 식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한낮에는 사무실 안에 있어도 땀이 나기도 한다"며 "사무실 책상 위에 둘 선풍기를 마련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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