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버스안 '만원 실화'

정기홍기자 승인 2021.10.14 23:42 | 최종 수정 2021.10.15 11:46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버스안의 만원 실화>

이것은 실화다.

얼마 전 이른 아침 서울 시내버스 안. 기사와 세 명의 승객이 있었다. 50대 신사와 회사원 차림의 젊은이, 중학교 1~2학년쯤 돼 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한 정류장에서 80세 전후로 보이는 노인이 탔다. 그는 양손에 묵직한 비닐봉지를 끌고 힘겹게 버스에 올랐다.

노인은 “요금이 없어서 미안하다. 조금만 태워달라”며 기사 뒷자리에 걸터앉았다. 기사는 “요금도 없이 버스를 타시면 안 됩니다”면서 “다음 정류에서 내리세요”라고 말했다. 일순 버스엔 긴장감이 돌았다.

노인은 자리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거듭 “미안하다”고 했고 기사는 “그러시면 안 된다, 내리시라”고 했다. 여기까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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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쯤 앉아있던 소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기사 아저씨, 할아버지 내리라고 하지마세요! 차비가 없다고 하시잖아요.”

더 놀란 것은 소녀의 다음 행동이었다. 소녀는 버스요금 박스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집어넣었다. 뜨악한 표정을 짓는 기사에게 “잔돈은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타시면 요금으로 계산하세요”라고 말했다. 침묵이 흘렀다

진정 당혹스러운 쪽은 50대 신사였다.

자신의 지갑에 있는 지폐 한장을 슬며시 빼냈다. 소녀는 내리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신사는 목적지에서 버스 문이 열리자 소녀의 외투 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슬쩍 집어넣고는 죄인처럼 도망치듯 버스에서 내렸다.

신사의 만 원을 소녀가 어찌했는지, 소녀의 만 원을 기사가 어찌했는지 알지 못한다.

50대 신사는 여기까지의 얘기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고백하면서 소녀에 대한 어른의 죄책감을 씻고 싶다고 했다.

※ 실제 있었던 일이라니, 방송에 나와 전했다니 일단 믿어야 하겠습니다.

지난 달 경기 의정부에서였죠. 밤 11시쯤 신용카드를 갖고 나오지 않고 탄 학생이 "당황해 내리려 하는데 버스 기사분이 그냥 타라고 해 집에 잘 귀가했다"며 버스 회사에 텀블러 30개를 선물로 보낸다는 흐뭇한 기사를 접했습니다. 대비됩니다.

운전 기사분들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면, 특히 어르신이 거듭 미안해 했다면 받아들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문 꾼이 아니면요. 내용이 훈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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