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보람이 사망사건 점입가경…"바꿔치기" vs "그게 가능?"

강하늘 승인 2021.03.26 18:51 | 최종 수정 2022.01.29 22:29 의견 0

"산부인과에서 바꿔치기 했다"(경찰) "그게 가능하냐. 미치겠다"(산부인과 의사)

대구 구미의 만2세 여아인 보람이 사망 사건이 수사 초기와 달리 시일이 지나면서 점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경찰은 유전자(DNA) 확인 등으로 수사의 속도를 내면서 26일에는 산부인과에서 두 여아를 바꿔치기했다고 단정하지만, 관련 당사자들은 지금도 출산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풀 단서가 산부인과에서 두 아이를 바꿔치기한 공모 근무자를 찾는데 있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석씨 남편이 공개한 보람이 탄생 직전 찍은 사진. SBS 뉴스 캡처

▶ 친모 석씨가 산부인과서 큰딸 아기와 바꿔친듯
경찰이 구미의 한 빌라에서 사망한 만2세 보람양과 사라진 다른 여아가 산부인과 의원에서 바꿔치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26일 유전자(DNA) 검사 결과 친모로 나타난 석모(48)씨가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 채혈 검사 전에 두 아기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부인과의 기록에는 신생아 혈액형이 A형인데, 경찰 조사 결과 이는 석씨의 큰딸이자 산모인 김모(22)씨와 전남편 홍모씨의 혈액형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 B형(김씨)과 0형(홍씨)이 결합할 경우 A형 자녀가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경찰은 석씨가 지난 2018년 4월 2일 산부인과에서 혈액형 검사를 하기 전 자신이 낳은 보람양을 김씨의 딸과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있다.

DNA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두할 때나 수감 중에서 남편에게 편지를 써 절대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며 출산 사실 부인하고 있다. 석씨의 남편도 이후 언론에 출산 직전 때의 석씨 사진까지 내보이며 임신한 사실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DNA 검사 등에서도 구미 빌라에서 발견된 시신이 김씨 부부의 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았다. 국과수는 보람양과 김씨 부부의 유전자 및 혈액형을 검사한 뒤 '불일치'로 통보했다. 즉 김씨 부부 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신생아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 경찰 "산부인과에서 바꿔치기"

경찰이 '아이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된 구미시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당시 근무했던 관계자들을 상대로 공모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산부인과는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보람이의 친모로 드러난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경찰이 지목한 곳이다.

26일 수사기관에 따르면 경찰은 석씨의 큰딸 김씨가 여아를 출산했던 2018년 당시 근무자들의 신상을 파악해 석씨와 친인척, 지인 관계가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신생아를 바꿔놓는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산 하루 전 야간에 병원에 몰래 들어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이 아닌 이상 내부 공모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아이를 낳으면 씻긴 다음 바로 손목에 이름, 출생일 등이 적힌 밴드를 채운다. 이후 신생아실에 가서 채혈을 하는데 그곳에 간호사 등 병원 근무자 외엔 출입이 어렵다”며 “이 과정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면 공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경찰의 공모 여부 수사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우선 해당 산부인과에서 근무한 직원들의 소재 파악이다. 3년 전 출산 때 병원 근무자 가운데 석씨와 친인척 관계이거나 지인이 있는지를 찾고 있다. 현재 이 산부인과 근무자 중 상당수는 3년새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별도로 출산 하루 전 야간에 몰래 들어가 바꿔치기 한 정황 증거들을 조사 중이다. 병원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 확보에 나섰지만 오래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산부인과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 병원장은 “우리도 미칠 노릇이다. 아이가 바뀌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출산이 이뤄졌을 당시 아이의 혈액형은 A형, 아이 엄마는 B형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 아빠는 병원에서 별도로 혈액형을 기록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이 산부인과에서 아이 바꿔치기를 의심하는 데는 혈액형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산부인과 기록에 적힌 신생아 혈액형은 큰딸 김씨(B형)와 전 남편 혈액형(AB형)에서는 나올 수 없는 A형이었다.

또 숨진 여아의 DNA에서도 김씨와 전 남편 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검찰은 석씨에 대한 구속 기간을 다음달 5일까지로 연장했다. 연장 기간 동안 사라진 여아의 행방과 숨진 여아의 출산 경위를 캐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숨진 여아의 친부를 찾는 수사도 이어갈 계획이다.

또 큰딸 김씨는 지난 10일 살인과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재판은 다음달 9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첫 공판이 열린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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