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한눈 잃고 하루가 고마운 노학자의 삶

강하늘 승인 2021.07.02 18:42 | 최종 수정 2021.11.16 21:05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살면서 중요한 말은 'Here & Now'이다.

나는 의대 교수였다. 79세(지금으로부터 8년 전임)의 노인이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15만명의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퇴직 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당뇨병, 고혈압, 통풍, 허리디스크, 관상동맥협착, 담석 등 일곱 가지 중병과 고달픈 스트레스를 벗삼아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다.

한쪽 눈으로도 아침이면 해를 볼 수 있고, 밤이 되면 별을 볼 수 있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에 햇살을 느낄 수 있고,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품을 수 있다. 남의 아픔을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원망할 시간이 없다.

지팡이 짚고 가끔 집밖으로 산책을 했다. 한쪽 눈이지만 보이는 것만 보아도 아름다운 것이 많았다.

지금은 다리에 힘이 없어 산책이 어렵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이는 앞산 수풀 색깔이 아름답다.

감사하다.

인생이란 바로 '여기(here)'와 지금(now)'이다.

행복을 느낄 시간과 공간과 사람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 여기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한번이라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가 바로 즐거움이다.

살아보니까 그렇다.

뇌 속에서 행복을 만드는 물질은 엔돌핀이다.

엔돌핀은 과거의 행복한 추억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지금 내가 즐거워야 엔돌핀이 형성된다.

사람이 어떻게 늘 행복하기만 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제 죽은 사람들이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했던 그 소중한 시간에 나는 오늘에 살고있다.

괴롭고 슬퍼도 한가닥 희망을 만들어보자. 살아 있음이 즐겁고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지나간 세월은 어렵게 살았더라도 다 행복했던 거라고 나이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짜릿하게 행복한 시간이 있었다.

사람은 그 추억으로 사는 것 같다.

괴로움을 겪어봐야 행복할 줄 안다.

인생을 살면서 오늘, 지금, 여기가 제일 중요하다라는 말이 맞는 말 같다.

아내 없이 살아 보니까 있을 땐 몰랐는데 젓가락 한 쪽이 없어진거야...!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장인이 하신 말씀인데~ "나에게 주어진대로 감사하면서 받아들이면 다 보여"

행복의 답은 '바로 지금(Now) 여기(Here) 내가슴'에 담겨있다.

※ 노학자인 이근후 이대 정신과 교수가 펴낸 책에서 나온 글이군요. 죽음의 위기를 몇차례 넘긴 뒤에 쓴 책입니다. 노학자는 76세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했다고도 하네요.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면 우울해하고 억울해도 한다고들 말합니다. 자신의 몸도 아프고, 주위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학자가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를 먹으면 좋은 점도 찾아보면 당연히 많습니다.

생활이 단순해지는 것, 책임과 의무가 줄어드는 것, 시간이 많아지는 것, 인내심이 많아지는 것 등등.

정신과 의사를 했던 이 노학자는 정신과에 입원하는 사람들은 자기애가 지나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병 치유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데서 출발한다고 전하네요.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을 말하는 겁니다. 이게 자리를 잡으면 정신과에서 퇴원시켜도 된다고 말합니다.

이 말고도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가까이 가야한다고 합니다.

위의 책이 2013년 2월에 발간됐으니 지금 연세는 87세이십니다. 근황이 꽤 궁금합니다.

우리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너내없이 "버리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견물생심, 즉 탐욕이 생기고 멀리서 보면 전체가 보이는 것이 이치이지요. 산과 숲을 대별하는 것과 같습니다.

꼭 멀리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떨어져서 보는 노력을 합시다. 떨어져서 보면 어지간한 것은 다 보입니다. 몇가지를 조합하고 비교하기에 판단이 조금 더 정확할 거고 더 합리적이겠단 생각입니다.

기(氣)를 연구하는 이들은 서랍 안에, 냉장고 안에, 농안에 수십년 간 묵은것은 가능하면 버리라고 하더군요. 나쁜 기가 뭉쳐 기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얼마 전 음식점에서 이 말을 던졌더니 직원들이 "우리 집에선 주방장님을 먼저 버려야한다"고 해 웃었습니다. 그래도 일상에서 툭툭 털어내는 연습 자주합시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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