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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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9 13:58 | 최종 수정 2021.10.2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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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뉴스는 주말마다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말이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알뜰하게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같이 분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짚어보자는 게 목적입니다.
맛과 관계되는 단어는 엄청 많습니다. 사람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음식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겠지요.
오늘은 '심심하다'와 '슴슴하다'를 살펴보겠습니다. 비슷한 언저리인 '닝닝하다'와 '밍밍하다'의 관계도 알아봅니다. 이들 단어는 대체로 '싱겁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심하다'와 '닝닝하다'만 표준어입니다.
'슴슴하다'의 단어 풀이를 하면 '조금 싱거우면서도 뒷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이지만 사전에서는 '심심하다'의 잘못으로 적시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평양냉면 맛을 평할 때 꼭 '슴슴하다'란 말이 끼입니다. 싱겁다거나 심심하다와는 또 다른 맛인 '은근한 감칠맛'이 도드라지게 녹아들어 있는 단어입니다.
지금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몇년 전 남북회담 때 평양에서 먹은 평양냉면으로, 이후 너도나도 한번쯤은 평양냉면을 먹어봤을 겁니다. 평양냉면 전문집도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입맛과는 조금 달라 요즘은 열기가 식었습니다. 주위에 좋아하는 사람도 꾸준히 많이 있습니다.
이쯤이면 '슴슴하다'를 복수표준어로 삼아도 될 듯도 한데요. 북한에서는 ‘아무 맛도 없이 슴슴하다’는 뜻의 '무슴슴하다'를 문화어로 삼고 있다고도 하네요.
'닝닝하다'는 표준어입니다. '음식이 제맛이 나지 않고 싱겁다'는 뜻입니다. 경남지역 사람들이 자주 쓰는 '밍밍하다' '맹맹하다'는 '느끼하다'의 그 지역 사투리입니다.
비슷한 게 있습니다. '달달하다'와 '달달구리하다'인데 '달콤하다'의 비속어입니다. 영화 내부자에 이병헌이가 "대한민국에 아직까지 그렇게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하나?"라고 말해 많이 쓰였습니다.
이들 단어는 워낙 많이 사용돼 복수표준어가 될 수 있는지는 앞으로 국립국어원의 '포용력' 문제로 보입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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