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맛 탐방] 팥물 끼얹은 진주 '수복빵집' 찐빵 맛

정기홍 승인 2020.11.07 17:02 | 최종 수정 2022.02.17 09:40 의견 0

오늘(7일)은 오는 겨울과 가는 가을이 싸운다는 입동(立冬)입니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인데 낙엽이 거의 떨어지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절기이지요.

이때면 와닿는 것이 '겨울철 진객' 찐빵입니다. 따끈따끈한 찐빵은 그 달콤함이 매력입니다. 여기에다가 팥물을 얹은 찐빵을 한입에 넣은 식감은 어떠할까요. "그래. 이맛이야"라는 작은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경남 진주에 이같은 특이한 찐빵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내실 있게 맛을 내는 유명한 빵입니다. 육회를 얹은 진주비빔밥이나 진주냉면, 헛제삿밥, 남강변 장어구이 등은 진주의 별미로 잘 알고 있지만 이 찐빵은 '특출한 맛'에 비해 의외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수복빵집'. 경남 진주시 평안동에 있네요. 서부 경남의 최대 시장인 중앙시장 근처입니다. 시장의 골목길이라 찾기가 조금 힘든데 진주간호학원 맞은 편입니다. 70년 역사를 거쳐 겉과 속은 다소 허름하지만 2대째 빵을 만든답니다. 자리도 몇개 안됩니다.

메뉴는 찐빵, 꿀빵, 단팥죽, 팥빙수 등 4개입니다. 지금의 가격은 지난 2015년에 올린 거라고 합니다.

찐빵은 2인분이 8개인데 6000원입니다. 계피향이 약간 나는 팥물을 듬뿍 부어 내옵니다.​ 이집의 매력입니다. 한 입에 베어물면 환상적인 맛에 자극된 혀는 자꾸 먹게 만듭니다. ​여럿이 하나씩 먹다 보면 금세 사라져 돈이 부족한 학생들로선 입맛만 다시고 나와야 한다네요. 찐빵은 간식 개념이라 이렇게 아쉽게 먹고, 가끔 가서 또 먹는 게 맛있습니다.

그런데 맨빵이 아니라 찐빵 안에는 팥소가 있습니다. 팥물이 속에 든 단팥 맛을 죽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묘하게 조합된 맛이랍니다. 더 맛있게 먹으려면 접시 바닥의 팥물을 듬뿍 찍어 먹어보라고 경험한 손님들은 제언합니다. 유튜브 동영상과 사진을 보니 실제 그렇게 보입니다.

포장은 2인분부터 되고 3명 기준으로 최소 2인분은 주문해야 한답니다. 영업은 낮 12시30분에 시작해 오후 3시30분이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중간에 재료가 떨어지면 더 일찍 문을 닫고요.

다음은 꿀빵입니다. 도넛에 꿀을 발라놓은 듯한 모양입니다. 많이 달지 않다고 합니다. 밀가루를 반죽한 뒤 속에다 팥앙금을 채우고 기름에 튀겨 만듭니다. 5개 5000원입니다.

위키백과에서는 1963년에 처음 나왔고 진주와 통영의 특산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통영 꿀빵이 잘 알려져 있지만 어디가 원조인지는 모른답니다. 625전쟁 이후 뱃사람의 간식용으로 만들었다는데, 이게 사실이면 바닷가 근처인 통영이 더 원조에 가까운 것 같고요.

같은 팥이 들어간 경북 경주 황남빵, 강원도 횡성 안흥 찐빵, 충남 천안의 호두과자와 견주는 빵이라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단것은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합니다. 이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단것을 좋아한다는 말도 됩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단팥빵을 무척 좋아했답니다. 친구들은 그로부터 '거나하게' 대접을 받을 땐 몇푼 안 되는 단팥빵을 주곤 했다네요. 아내 홍라희 여사가 자주 뺏었다고도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평소 생각이 깊은 타입이어서 스트레스가 보다 많았을까요.

수복빵집의 팥빙수도 유명하고 합니다.

요즘은 빙질까지 따져서 먹지만 이곳은 물을 얼려 갈아넣는 '옛날식 팥빙수'입니다. 꾸덕꾸덕한 팥 시럽을 얹어 나옵니다. 먹어본 분들의 평으로는 연유가 들어가 조금 더 달고 계피향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찐빵도 그렇지만 이집의 팥물의 특징이 계피를 약간 넣어 향을 내는 것 같습니다.

겨울 물냉면을 시원하다며 맛있게 먹듯 팥빙수 한입씩을 넣다 보면 순삭(빠르게 사라짐)의 느낌이지 싶습니다.

포스팅을 마무리하면서 추억담으로 시간을 되돌립니다.

1980년대 이전 중고교를 다닐 때는 혼자 영화관이나 빵집을 못 다녔습니다. 공부나 하지 연예질 하지 마라는 것이지요. 영화관과 빵집에서 순찰을 도는 규율 선생님에게 걸리면 정학 등 벌을 줍니다. 영화도 전교생 집단관람 외엔 어림도 없던 때입니다.

옛일을 지금의 잣대에 대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지요. 옛날 것은 그것만으로 맛이 있습니다.

진주는 예부터 천리길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주라 천리길' 가요도 있네요. 서울에서 고속버스길이 299km이니 약 750리. 하지만 옛날 진주에서 한양 땅을 밟으려면 고갯길과 샛길을 끝없이 넘어야 해 그런대로 맞는 말입니다.

진주는 역사가 깊은 고도(古都)여서 남강, 촉석루 등 운치가 있는 도시입니다. 진주에 간다면 곁들여 수복빵집에서 팥물을 듬뿍 얹은 찐빵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맛을 더하겠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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